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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TDA의 한계와 대안

현금흐름지표가 놓친 것들을 들여다보자

최종학 | 84호 (2011년 7월 Issue 1)
 

 

2011
년 1월 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당초 5조5000억 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한 현대상선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듯 보였지만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요구한 자금 출처를 증명하지 못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 결과 5조1000억 원의 가격을 제시한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2000년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던 현대건설은 무려 10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했다.
 
이런 M&A가 일어나면 항상 언론지상을 장식하는 소재가 있다. 과연 인수가격이 적당한가라는 논란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M&A는 동종업계인 대우건설의 M&A와 종종 비교되며 언론에 더 자주 보도됐다.
 
몇 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인 EV/EBITDA 비율은 16배 정도였다. 쉽게 말해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의 약 16배를 인수 금액으로 지불했다는 뜻이다. 달리 얘기하면 대우건설이 현재와 같은 EBITDA를 매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금호아시아나가 인수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16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즉 EV/EBITDA 비율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이며, 투자 자금의 회수 기간이 짧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는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이미 그때도 EV/EBITDA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금융시장 여기저기서 나왔다.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은 지나갔지만 아직 국내 건설경기는 별로 좋지 않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다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그룹이 해체된 후라서 인수가격 고평가 이야기가 여전하다. 현대건설 인수가에 대한 EV/EBIRDA 비율도 16배 수준이다.
 
이처럼 EV/EBITDA는 실무 현장에서 특정 기업 및 주식의 가치 평가를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지표다. EBITDA는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차감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다. 이 용어는 종종 언론 기사, 각종 경영 및 회계 관련 서적, 기업 실적 보고서,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에 등장한다. 특히 시장에 홍수처럼 쏟아져나온 주식투자 관련 책들은 대부분 EBITDA를 소개하고 있다. EV/EBITDA가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할 수 있는 유용한 주식투자 지표라는 설명도 항상 뒤따른다. EV/EBITDA 비율 분석 결과, 특정 기업이 저평가된 주식이라며 매수를 강력히 추천한다는 내용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지표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 기사나 서적을 거의 보지 못했다.
 
EV는 무엇일까. EV는 기업가치(enterprise value)의 약자로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총 자금을 의미한다. EV는 기업의 시가총액과 부채총액을 더한 금액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값(시가총액 +부채총액-현금성 자산)이다. 이때 시가총액은 인수에 필요한 웃돈(프리미엄)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의 지분을 인수한다면 웃돈을 더한 시가총액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건설의 지분을 100% 인수하더라도 현대건설의 전부가 현대자동차의 재산이 되는 건 아니다. 현대건설이 가지고 있는 부채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100% 소유하기 위한 총 금액은 인수가격과 부채총액의 합계액이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EV 계산 과정에서 부채총액은 더하고 현금성 자산은 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얻어진, 즉 회사를 100% 소유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바로 EV이다.
 
EBITDA의 정의에 대한 혼란
언론 보도나 EBITDA를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EBITDA를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정의한다. 앞서 언급했듯 대우건설의 EV/EBITDA가 16배라면 대우건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의 약 16배가 인수를 위해 지불됐다는 뜻이다.
 
과연 이 해석은 얼마나 정확할까. 몇몇 책들은 손익계산서에 등장하는 이익 정보 대신 EBITDA를 사용해 주식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발생주의(특정 거래에 따른 자산·부채·자본의 변동을 현금의 수취 여부에 상관없이 해당 거래가 발생한 기간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식) 회계하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 손익을 반영하기 어렵다. 하지만 EBITDA는 경제적 실질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주요 재무제표의 하나인 현금 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Operating Cash FlowㆍOCF)’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 OCF의 정의도 EBITDA와 똑같다. 당연히 혼란이 생긴다. 어떻게 다른 개념인 EBITDA와 OCF의 정의가 똑같을까.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다는 뜻이다.
 
회계이익이 발생주의라는 가정하에서 계산되기에 기업의 경제적 실질 이익을 잘 나타내기 어렵다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 한 유화 기업이 원유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원유를 미리 구매해 재고로 저장해뒀다고 가정하자. 값싼 가격에 원재료인 원유를 구입했으므로, 이 원유를 이용해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면 이 기업의 미래 이익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하느라 현금을 소모했으므로 현금 흐름은 줄어든다. 즉 현금 흐름은 이처럼 실제로 현금이 사용되는 기간과 최종적으로 제품이 판매돼 현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기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회계 이익은 이런 시차의 불일치 문제점이 거의 없다. 물론 회계이익도 나름대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금 흐름과 발생주의 회계이익을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해당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더욱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고 하겠다.
 
EBITDA가 탄생한 이유
EBITDA가 왜 생겼으며,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자. 1980년대 들어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부채를 이용한 기업 인수(leveraged buyout, LB)가 각광받았다. M&A를 중개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M&A에 뛰어들던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등이 피인수 회사를 선정할 때 EBITDA라는 개념을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LB란 자기자본은 거의 없이 남의 돈을 빌려 특정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 회사의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 방식을 말한다. LB 방식으로 타 회사를 인수한 투자은행이나 펀드는 장기적인 목적에서 회사를 경영하려고 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다. 이들의 관심사는 몇 년 이내로 회사를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이익을 얻고 빠지는 데 있다. 남의 돈을 빌려 회사를 샀으므로, 빌린 자금을 최대한 빨리 갚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인수 후 현금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남은 현금을 빚 상환에 사용한다. 빌린 자금을 상환하고 나면 배당 등의 형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 그러니 새로운 설비투자를 위해 투자금을 사용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EBITDA는 이자를 지불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하고, 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만큼 창출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쓰인다. 인수 기업이 설비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면, 피인수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은 거의 모두 대출 상환에 쓰일 수 있다. 이게 바로 EBITDA가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을 계산하는 대용치(proxy)가 된 이유다.
 
여기서 필자가 EBITDA를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을 계산하는 ‘현금’이 아니라 ‘대용치(proxy)’라고 표현했음을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EBITDA는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알아보자.
 
EBITDA와 OCF의 차이
1990년대 초반까지는 현금 흐름표라는 재무제표가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재무상태 변동표라는 표가 쓰였다. 재무상태 변동표는 상당 기간 동안 운전 자본(유동 자산-유동 부채)이 얼마나 증가하고 감소했는지를 보여주는 표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회계 분야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들은 ‘기업의 파산 위험을 파악하려면 운전 자본의 변동보다 현금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더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학계의 이런 연구 결과에 기반해 1990년대 초반 현금 흐름표가 도입되면서 재무상태 변동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금 흐름표는 기업의 현금의 변화를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라는 3가지로 구분해 보여준다. 현금 흐름표에 등장하는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OCF)’의 정의는 EBITDA의 정의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그러나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흐름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걸맞은 지표는 OCF다. EBITDA는 OCF의 대용치일 뿐이다.
 
그렇다면 OCF는 어떻게 계산할까. 공식은 다음과 같다.
 
OCF=①당기 순이익+②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감가상각비, 대손상각비 등)-③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지분법 이익 등)-④영업 자산의 증가(재고 자산, 매출 채권 등의 증가분)+⑤영업 부채의 증가(매입 채권 등의 증가분)
 
이때 ①+②-③의 값이 EBITDA와 대단히 유사하다. 영업 자산이나 영업 부채 증가분이 매년 일정하다면 OCF와 EBITDA는 상당히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처음 EBITDA를 개발할 때 ④와 ⑤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업 자산 및 부채에 속하는 항목이 많아 계산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즉 OCF 대신 EBITDA가 등장한 이유는 회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손쉽게 재무지표를 평가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사전적 정의에서 보면, OCF는 EBITDA보다 훨씬 우수하다. 이유는 ④나 ⑤의 영업 자산 증가 및 감소 정도가 상당히 큰 금액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 때는 많은 기업의 영업 활동이 둔화된다. 당연히 재고 자산이 쌓이고 현금 회수가 늦어져 매출 채권이 증가할 때도 많다. 많은 현금이 재고나 채권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매입 채권이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하지 않는다면 ④와 ⑤의 합계액이 상당히 큰 수치가 된다. 즉 EBITDA에 비해 OCF가 훨씬 적을 수 있다. 이럴 때는 EV/EBITDA 대신 EV/OCF를 사용해야 훨씬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
 
위의 공식을 알더라도 많은 일반인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OCF를 도출하는 일을 무척 어려워한다. 하지만 재무제표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으면 EBITDA는 그리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이들이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는 투자자들 또한 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양측 모두 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EBITDA다. 1980년대에는 현금 흐름표가 없었으므로, 현금 흐름의 대용치로 EBITDA를 개발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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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email protected]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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