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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Business Model

열린 세상의 가운데에서 혁신을 만나다

서진영 | 72호 (2011년 1월 Issue 1)
 
 
 
□ 를 추구하지 않았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실패자였다. 애플의 초기시절, 조지 오웰의 <1984>를 이용한 슈퍼볼 광고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었던 애플의 매킨토시는 MS-DOS를 내세운 IBM과의 경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한다.
 
당시 IBM은 MS-DOS를 채택함으로써 외부 시장에 존재하던 많은 응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계속해서 추가 개발했다. MS와 IBM, 두 골리앗의 협공으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1983년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26%, IBM이 17%였다. 그러나 다음 해에는 1, 2위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IBM PC의 첫해 판매량은 140만 대가 넘었고 해마다 두 배씩 증가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입한 전문 경영자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스티브 잡스는, 1986년 초 애플을 떠난다. 애플의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달랑 한 주만 남겼다. 마지막 한 주를 남겨둔 것은 연례 경영보고서를 계속 받아보기 위해서였다. 쓸쓸한 뒷모습의 스티브 잡스, 당시에 그가 몰랐던  □ 는 무엇일까.
 
오픈 비즈니스 모델, 왜 필요한가
해답은 바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open business model)이다. <Open Business Models>과 <Open Innovation>의 저자이자 UC버클리대학 하스 경영대학원의 헨리 체스브로(Henry W. Chesbrough)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의 기능을 1. 가치를 창출하는 것(value creation)과 2. 그렇게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획득하는 것(value capture)이라고 정의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은 원재료에서부터 고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부가된 가치를 지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데 필요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또 일련의 활동 과정 속에 독특한 자원 및 자산 혹은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시장지위(position)를 확립함으로써 기업이 가치를 획득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기업의 중요한 가치 창출의 수단인 사업모델을 오픈(open)하면, 즉 사업 노하우를 공개해버리면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 답은 다음의 질문 2가지에 담겨 있다.
 
1. 다른 회사에서 어떤 특허 또는 사업모델을 가져와 우리와 결합시키면 우리 사업모델이 더 나아질까?
2. 우리 회사에 사장(死藏)된, 놀고 있는 특허나 사업계획은 없는가?
과거의 혁신시스템은 자신이 가진 하나의 기술을 통해 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었다.(그림1)
 
 
하지만 새로운 오픈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혁신이 내·외부의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특히 기업의 내부 기술은 현재의 시장에 제품, 서비스로 공급될 뿐 아니라, 기술 자체가 라이선싱으로 거래되고 기술 확산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자신의 현재 시장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데 외부의 기술을 소싱하기도 한다는 점이다.(그림2)
 
 
하지만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한 아이디어, 지식, 자원, 시장 지위 등이 최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 개방된 시장 플랫폼(market platform)을 기반으로 한다. 즉 기업 자체가 다양한 고객들이 모여서 최적의 조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개방된 시장 플랫폼 운영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버려지는 지식자산 효율적으로 활용
그렇다면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이 형성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기업은 주어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제 주체다. 하지만 기업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비효율과 낭비의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지식재산의 경우가 그렇다. 기업들이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특허자산을 활용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두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 실제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활용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즉 95% 이상의 특허가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못한 채 낭비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게다가 수백억 원 이상이 투입된 공장 설비가 50% 이하의 낮은 가동률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지멘스(Siemens)의 한 임원은 독일에 등록된 특허의 무려 90% 이상이 상업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P&G도 2002년 기준으로 보유 특허의 약 10% 정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오픈 비즈니스 모델을 강의하기 위해 찾아간 자동차 부품 회사 등에서도 보유 특허의 90%가 사장되고 있었다.
체스브로 교수는 이런 현상을 바로 ‘폐쇄형 지식재산 관리(closed IP management)’라고 명명했다. 여기서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즉, 기업 내부에서 접근하는 것이며, 이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한 가지뿐이다. 바로 내부 기술을 활용해 자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대부분의 지식재산은 사용될 일이 거의 없다.
 
이는 사회나 기업 모두에 엄청난 비효율성을 가져온다. 특허를 취득한 기술을 발명가 자신이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타인이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라이선스를 하지도 않는다면, 일시적인 독점에 의해 보호되는 제품은 결코 시장에 나올 수 없다. 사회는 새로운 발명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특허 만료 시점까지 해당 발명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권리를 발명가에게 부여하는 것과 같다. 기업이 수천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엄청난 특허 포트폴리오(patent portfolio)를 구축하고 그 가운데 25%도 활용하고 있지 않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엄청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바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분업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오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로 가야 할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경쟁이 극도로 격심해지고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은 내부개발비용을 자신의 제품 판매 이익만으로 회수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판매, 스핀오프, 라이선스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외부 기술 이용을 통해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어야 생존과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오픈 비즈니스 모델의 실례
그렇다면 오픈 비즈니스 모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
첫째, 외부 혁신의 내부적 활용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들 대부분이 잠재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외부 기술을 더욱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들어 델(Dell)은 내부 연구소를 활용한 개발보다 외부의 발명(invention)을 활용해 강력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는 전통적인 연구개발에 인수합병을 결합한 ‘인수개발(A&D·acquire & develop)’이라는 모델을 고안해 성장했다. A&D를 통해 우수 인력과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둘째, 우리 회사가 쓰지 않는 미활용 기술을 외부에 제공하는 형태다. 그런데 우리도 안 쓰는데 외부에서 쓰겠는가? 해당 기술을 기꺼이 쓰려는 회사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구매 기업이 판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판매 기업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기회를 구매 기업이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기술 프로젝트를 스핀오프 시킨 제록스(Xerox) 팔로알토연구소(PARC·Palo Alto Research Center)를 살펴보자.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이 중단된 이후 제록스를 떠난 프로젝트는 35개였다. 제록스는 이런 기술 개발을 계속 지속하더라도 추가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체 35개 프로젝트 가운데 30개는 분리된 스핀오프 기업에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까지 부여했다. 이를 보면 대부분의 스핀오프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이었지 부주의로 인한 실수가 아니었다. 35개 프로젝트 가운데 24개는 스핀오프 이후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11개 프로젝트는 제록스의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다른 모델로 발전했고, 소위 대박을 터뜨려 엄청난 가치를 창출했다. 이 11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탄생한 기업의 시가총액(market value)을 모두 합하면 제록스의 두 배가 넘을 정도였다. 이는 제록스가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내부의 사람들은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그렇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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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영

    서진영[email protected]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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