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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 구성요소

사업모델 혁신, 고객 재발견에서 출발하라

김한얼 | 72호 (2011년 1월 Issue 1)
 
 
 
<비즈니스위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수천 명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매년 50대 혁신기업을 발표한다. 2008년도 설문조사에서는 예년에는 포함하지 않던 하나의 항목을 추가했다. 이는 해당 연도에 선정된 50개의 기업이 어떤 면에서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음의 4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로 분류됐다.
 
첫째, 혁신적인 공정개선(innovative process)으로 알려진 기업들(Toyota, GE 등), 둘째, 혁신적인 제품(innovative product)으로 유명한 기업들(3M, Samsung, Honda 등), 셋째, 혁신적인 고객경험(innovative customer experience)을 추구하는 기업들(Amazon, Google 등), 넷째,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innovative business model)로 알려진 기업들(Reliance, Vodafone 등)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4개 그룹의 기업들 중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알려진 기업들의 수익률과 성장률이 각각 평균 16%대, 7%대로 다른 그룹의 기업들보다 월등하게 높았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무엇인가? 비즈니스 모델이란 용어는 1990년대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닷컴(.com) 기업들이 등장하는 신경제(new economy) 시대에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했지만 학계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의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들로부터 다음의 공통요소를 뽑아낼 수 있다.
첫째, 고객의 니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둘째, 새로운 가치를 창조/제공하며, 셋째,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 요소들만 보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의 정의는 매우 유사하다. 그 이유는 외부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시기에는 대체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간의 일대일 매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학자는 말에서 철도, 자동차, 비행기로 이어지는 교통수단의 발달은 기술의 발달인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주로 기술의 변화를 중심으로 설명을 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개념은 전략이라는 개념에 항상 내재돼 있어 왔다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전략경영에 관한 교과서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독립된 분야로 다루기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외부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사업분야에서도 끊임없이 가치를 창조해야 하고 이윤을 획득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만 하고 때로는 동시에 여러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때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선택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경쟁우위와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해 나가는 선택을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이 글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은 (1)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customer value creation), (2)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획득하는 구체적인 방법인 수익모델(profit model), (3)앞의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구조(organizational arrangement)의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되고 완성된다고 본다.(그림1) 세 가지 구성 요소들은 복잡하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지만 개념적인 이해를 위해 가치창조, 수익모델, 조직구조의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1.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1)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과연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업들은 단순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절교육이나 제품/서비스 구매 후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경쟁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 선도기업들은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부분을 먼저 찾아내기 위해 첨단 고객관계관리(CRM) 기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또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 좋은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며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주 던지지 않는다. 이는 경영자들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많은 기업들이 기존 고객, 특히 충성스러운 핵심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잘 짜인 조직과 전략에 너무 충실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여기서 기존 고객이란 우리 기업의 고객만이 아니라 경쟁사의 고객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우리가 속한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이 생각하는 고객의 합집합을 말한다. 대개의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우리 산업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를 구매했거나 구매 의사를 갖고 있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제품/서비스의 특성을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향상시켜서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속하지 않은 비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된다.
 
닌텐도 위(Wii)의 성공은 기존 게임기기 업체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고객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1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의 남성으로 대표되는 게임산업의 전통적인 핵심고객들을 더 만족시키기 위해 경쟁사인 Sony나 Microsoft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쳇바퀴에서 벗어났다. 닌텐도는 ‘전체 인구의 대다수는 왜 게임을 하지 않을까’라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이를 통해 전통적인 비소비자가 기존 게임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벽(예를 들어, 너무 화려한 그래픽과 너무 복잡한 게임 내용)을 제거한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기기인 위를 개발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기존 고객 중심의 사고 때문에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상용화를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록스의 연구개발센터인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개발된 PostScript 기술, 네트워크 라우터(router) 기술 등은 제록스의 주력제품인 복사기 고객들에게 더 좋은 복사기를 제공하는 데에는 유용하지 않은 기술들이었다. 때문에 제록스는 이를 적극적으로 상용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Adobe, 3Com과 같은 기업들은 이 기술을 사용해 성공을 거두었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듀퐁이 1960년대에 개발한 케블라(Kevlar)는 기존 소재에 비해 훨씬 강하고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듀퐁은 당시 핵심 고객이었던 타이어회사들이 기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보다 강도가 훨씬 높은 케블라를 이용한 타이어코드를 환영할 것으로 생각하고 케블라 타이어코드의 상용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타이어회사들도 초기에는 여기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은 케블라보다 강도가 훨씬 떨어지는 스틸코드를 채택했다. 실제로 케블라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방탄조끼나 헬멧 등의 보호장비와 오디오기기 등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즉,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를 사용하던 고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케블라를 이용했으며, 듀퐁이 이를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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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얼

    김한얼[email protected]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홍익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 연구 분야는 혁신 전략 및 신사업 개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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