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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raging Core Competencies: Case of BBQ’s Global Expansion

나만의 맛 + 유연한 마케팅… BBQ 세계를 뚫다

한인재 | 58호 (2010년 6월 Issue 1)
 


2010년 3월 3일 오후
싱가포르의 대표적 번화가인 오처드로드의 한 대형 쇼핑몰. 지하 1층에 들어서자 낯익은 한국 브랜드 간판이 나타났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BBQ치킨’ 매장이었다. 이곳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4시경이었는데도 빈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한산한 인근의 세계적인 햄버거 및 치킨 브랜드 매장과는 대조적이었다. 남녀 친구 3명과 함께 BBQ치킨을 주문한 17세 싱가포르 학생은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은 한국 음식이라 친구들과 자주 온다”며 “한 달에 한 번 꼴로 BBQ치킨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2007년 7월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BBQ치킨은 이미 10개의 카페형 매장을 냈다. 연매출도 600만 달러(약 68억 원)에 이른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요충지인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은 이웃한 국가들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됐다. BBQ치킨은 말레이시아에도 50개의 매장을 내고 연 1800만 달러(약 20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외식 브랜드들의 각축장인 싱가포르에서 토종 한국 브랜드가 안착하고 인접 국가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세계 13개국에 351개의 가맹점.
해외 총 매출 1억1189만 달러(약 1268억 원).
 
BBQ치킨을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이하 BBQ)의 2009년 해외 사업 성적표다. BBQ는 200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스페인, 일본, 베트남,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13개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BBQ가 해외에서 이런 성과를 올리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국내에서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이식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한국에서 창립 13년 만에 최대 닭고기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공한 데서 비롯된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였다. 소비자의 구매 의향에 대한 단편적인 시장 조사 결과를 믿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해외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어떤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는 게 좋을지 깨닫기까지 수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제 BBQ는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내며 양적·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성장의 돌파구로 삼다
BBQ는 한국에서 1995년 창업한 이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5년 만에 가맹점 1000개를 돌파했다. 현재 전국 3400여 개 가맹점에서 약 8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시장 상황은 BBQ에 그리 녹록지 않게 변해 갔다. 음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둘러싼 경쟁의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음식 프랜차이즈는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이다. 때문에 독특한 사업 기획과 차별화된 아이템이 중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공급업체 개발을 통한 아웃소싱 활성화로 원가를 절감해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런데 대형 닭고기 공급업체들이 나타나면서 닭고기 생산·가공 시장이 과점 형태로 변해갔다. 즉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입장에서 보면 수요자 시장에서 공급자 시장으로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BBQ 경영진은 판단했다. 시장성도 충분했다. 2003년 당시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약 11kg이었던 데 비해 미국은 약 43kg이었고, 일본과 유럽도 14.5kg에 달했다. 말레이시아 38kg, 대만 28kg 등 동남아 국가의 1인당 소비량도 엄청 났다. 중국은 약 8kg으로 한국보다 적었지만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엄청난 인구까지 감안한다면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특히 급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 각국은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인 ‘배달’ 방식으로 쉽게 접근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또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1인당 닭고기 소비량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BBQ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실탄도 충분히 확보했다.
 
전격적인 직접 진출과 실패
2002년 BBQ는 중국에서도 경제가 가장 발전한 상하이와 칭다오를 타깃으로 정했다. 매장을 내기 전에 대규모 소비자 조사도 했다. 중국의 음식전문 컨설팅 회사와 1만 명이 넘는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했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지표인 맛과 가격에서 모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 정도면 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세대수가 증가하고 아파트도 많이 생기니 음식을 배달해 먹는 수요도 늘 것으로 보였다. BBQ는 배달이라면 자신 있었다. 배달 모델을 앞세우면 매장에서만 영업하는 기존 음식 업체들과의 충돌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BBQ는 중국의 높은 성장성과 시장 조사 결과를 믿고 2003년까지 전격적으로 상하이에 10개, 칭다오에 5개 직영 매장을 설립했다.
 
그런데 현실은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BBQ는 총 300억 원 가량을 직접 투자했지만 예상과 달리 적자만 쌓여 갔다. 맛과 가격 모두에 만족한다던 고객들은 BBQ치킨을 배달시키지 않았다. 중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식회에서 공짜로 준 음식에 대해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즉석에서 ‘맛없다’고 반응할 리 없었다. ‘비싸다’고 답해 ‘나 돈 없다’고 티를 낼 사람들도 아니었다. 수억 원을 들인 시장 조사였지만 쓸 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더구나 중국인의 음식문화를 깊이 들여다보면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중국인들은 위신과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넓고 화려한 음식점을 선호했다. 먹는 행위 자체에 엔터테인먼트 개념도 들어 있었다. 또 불량 음식 사태를 경험한 중국인들은 음식에 대한 의심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음식을 아이에게 주는 부모는 없었다.
 
중국에서의 실패는 두 번째 진출국인 스페인에서도 이어졌다. 진출 국가 선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스페인을 두 번째 해외진출 대상 국가로 선정한 이유는 히스패닉 계열이 전통적으로 닭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한국의 약 세 배에 이른다. 또 스페인은 남미 국가들의 문화적 메카의 역할을 한다. 많은 남미 노동자들이 스페인에서 일을 한다. 스페인은 세계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남미 진출의 교두보가 될 터였다.
 
BBQ는 2005년 스페인에도 호기롭게 직영 형태로 진출했다. 스페인이 세계 2위 관광지임을 고려해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요지에 직영 매장을 냈다. 그런데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관광지에 매장을 낸 게 문제였다. 스페인에 여행 온 사람들은 스페인 현지 음식을 선호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먹을 수 있는 치킨을 사 먹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럽이나 중동 관광객들에게 한국 음식이라는 점을 내세울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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