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외 출장지에서 한밤중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눈에 익은 상대의 전화번호가 어슴푸레 보였다. 반갑게 받았다.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친환경 활동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려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냐는 주 차장(성이 주씨인 모 기업 차장)의 전화였다. 관심 있는 기업의 의미 있는 시도여서 기꺼이 돕겠다고 얘기했다. e메일로 관련 자료도 부탁했다.
다음 날 시차 때문인지, 주 차장의 전화를 받아서인지 일찌감치 눈을 떴다. 자료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부터 열었다. 다급하고 간절한 장문의 설명이 담긴 주 차장의 e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회사의 친환경 활동 중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려 했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왕이면 아이디어와 개념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취지의 내용을 담아 서둘러 답 메일을 보내곤 출장 업무로 돌아왔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 일을 마치고 한국의 근무 시간에 맞춰 주 차장 사무실로 연락했다. 그에게 해야 할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영 도구를 하나 소개할 테니 그대로 작업해 보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시간이 촉박하긴 해도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곧바로 그에게 ‘개념 나무(Concept Tree)’ 그리기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e메일로 넣었다.
개념 나무는 아이디어에서 개념을 만들어내고, 그것에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만드는 식으로 원하는 개념을 찾아내는 경영 도구다. 기존 아이디어를 지렛대로 삼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유용하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e메일을 열어보니, 주 차장이 개념이 주렁주렁 열린 ‘한 그루 개념 나무’를 보내왔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혁신평가단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장, 국민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연구실장, 인하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정석학술정보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고객만족경영학회 회장이다. 2024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