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울렸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신 사장이다. 급하다며 만나잔다. 바로 약속을 잡았다. 그는 늘 바쁘고 급하다. 약속 장소를 우아한 분위기의 커피 전문점으로 정했다. 인사를 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어디서부터 해결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이다.
문제는 신 사장의 회사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고객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비싸고, 기능도 복잡하고, 구매 조건도 까다롭다는 등의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분석과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운을 띄웠다. “신 사장님, 문제를 전략의 관점으로 들여다보세요.” 그러자 신 사장은 “말은 쉽지만 그게 금방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그 말도 맞다. 연습도, 방법도 없이 문제를 분석해내는 눈이 바로 생길 리 없다.
그래서 신 사장에게 방법을 제시했다. “고객에게 답이 있어요. 사장님 제품에 대해 고객이 느끼는 만족도와 고객이 생각하는 중요도에 대해 한번 조사해보세요.” 늘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족도와 중요도를 하나의 평면에 그려놓고 고객이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분석해보면 개선의 실마리가 풀린다.
아래 그림이 ‘중요도-성과 분석(Importance Per-formance Analysis·IPA)’이라는 간단한 매트릭스 도표다. 가로축에 중요도, 세로축에 성과(만족도)를 그려 넣으면 금상첨화(중요도 고·만족도 고), 설상가상(중요도 저·만족도 저), 천만다행(중요도 저·만족도 고), 표리부동(중요도 고·만족도 저) 등 4개 유형으로 고객의 평가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신 사장의 횡설수설은 한 장의 그림에 깔끔히 요약됐다. 그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만족도가 떨어지는 가격부터 개선해 나가기로 결심을 굳혔다.
마무리로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던져줬다. 일본의 카노 노리아키(狩野紀昭) 교수는 품질 요인을 ‘매력적 품질’과 ‘당연적 품질’ 등으로 구분했다고 말이다. 당연적 품질은 어느 정도 충족이 되면 더 이상 충족되더라도 구매에는 별 영향력이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매력적 품질은 갖추면 갖출수록 구매에 더 영향을 준다. 당연히 매력적 품질을 규명하고 강화해야 한다. 커피를 리필해 두 잔 마시는 동안 나눈 대화였다.
편집자주 서비스 경영과 생산 관리, 물류 등을 연구해온 김연성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생산관리학회 회장, 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혁신평가단장, 산업통상자원부 국가품질상 심사위원장, 국민은행경제연구소 중소기업연구실장, 인하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정석학술정보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고객만족경영학회 회장이다. 2024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