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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시장’을 보는 새로운 시각

젊은 인구 비율 높지만 즐길 거리 부족
2차 중동붐 첫발은 ‘K 엔터테인먼트’로

유태양,정리=백상경 | 399호 (202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 투자자와 건설업계를 설레게 한 미래 도시 사업 ‘네옴시티’.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비전으로 첫선을 보인 지 약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다. 외려 네옴시티의 정체성에 가까운 선형도시 ‘더 라인’이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됐다는 부정적인 보도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계획 변경이나 진척도가 아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승계 정당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정책 사업이라는 본질이다. 석유로 부를 쌓아 올린 GCC 지역의 차세대 지도자들은 경제 혁신 패러다임으로 석유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경제 허브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사우디와 UAE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 부동산, 건설, 관광은 물론 첨단 제조·정보통신기술까지 광범위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제2 중동붐을 노리는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ICT, 하이엔드 컨슈머마켓 등을 타깃으로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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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시티’. 2017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투자포럼(FII)에서 첫선을 보인 후 전 세계 투자자들과 건설업계를 설레게 한 마법의 단어다. 최소 수십만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길이 170㎞ 규모 선형도시 ‘더 라인’이 전부가 아니다. 다양한 글로벌 혁신 기업이 모이는 전 세계 R&D 허브를 꿈꾸는 인공 섬 ‘옥사곤’, 2030 엑스포와 두 차례의 아시안게임, 2034 월드컵을 노린 관광 명소 ‘트로제나’, 초호화 리조트 도시인 ‘신달라’까지. 예정된 요소 하나하나가 중동 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네옴시티를 직접 구상한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할 때마다 코스닥의 주가는 춤췄다.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고무된 정부는 네옴시티를 겨냥한 ‘팀 코리아’, 국토부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대규모 수주단을 꾸려 여러 차례 중동을 방문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약 7년이 지났다. 사실 지금 와서 보면 실현된 계획은 거의 없다. 진작 완공됐어야 할 신달라 섬 사업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구상만 봐도 높은 난이도를 예상할 수 있었던 다른 프로젝트들의 진행 여부 역시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막의 신기루와 같다’던 네옴시티에 대한 찬사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비판으로 변해가고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네옴시티의 정체성에 가까운 핵심 프로젝트,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던 최장 거리 선형도시 ‘더 라인’의 미래를 놓고 보면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러 서방 언론은 더 라인 프로젝트의 대대적인 축소를 보도했다. 원래 계획했던 길이인 170㎞가 2.4㎞로 대폭 감소됐다는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보도된 2.4㎞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로젝트의 축소 자체는 기정사실로 봐야 할 것 같다. 다소 섣부른 판단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네옴시티 사업의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적자가 심화하고 GDP 역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목소리조차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네옴시티에 대한 낙관론이나 비관론 모두 단편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본다. 달은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이야기들이다. 애초에 네옴시티가 계획대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누릴 수 있는 수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네옴시티가 대거 축소된다 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선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네옴시티가 거대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이기에 우리 기업들에 큰 수주 기회가 올 것이란 이야기는 너무도 피상적이고 일차원적이다. 네옴시티는 컨벤션 효과를 노린 거대한 비전이다. 전 세계의 눈길을 사우디아라비아와 빈 살만 왕세자에게 돌리기 위한 장치로 지금의 실패 또한 일정 부분 ‘계획된 실패’일 가능성이 높다. 축소는 필연이었으며 다만 중요한 것은 네옴시티를 통해 새로운 사우디의 시작을 알리는 것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향후 중동 지역, 특히 부유한 GCC1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기회는 여전히 상존한다. 이 기회는 한국, 중국, 서유럽 등 제조업 기반과 IT 역량을 모두 갖춘 일부 선진국에만 제한적으로 주어질 것이며 향후 10~20년가량 지속적인 모멘텀을 보일 전망이다. GCC 내부 정치 구도, 국제 외교 정세의 역학 변화, 에너지 패러다임 시프트 등등 복수의 요인이 맞물려 발생할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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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태양[email protected]

    나무피알 대표

    필자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업금융(IB), 벤처캐피털(VC), IT 등을 취재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바이낸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스타트업과 VC를 전문으로 하는 홍보대행사 나무PR을 창업했다. 현재 중동계 기업인 크레센트컨설팅에서 파트너로서 자문 및 리서치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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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백상경[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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