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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기술 혁신, 조급함 아닌 냉철한 전략으로

김연배 | 389호 (2024년 3월 Issue 2)

최근 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 혁신은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적인 성장의 원천으로 기업은 기술개발을 통한 신제품 개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술 혁신자가 장기적인 기술 주도권과 이에 따른 산업 주도권을 가지는 경향이 있기에 기업들은 앞다퉈 기술개발에 뛰어들려 한다. 그러나 시장 경쟁 동학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술 혁신자가 시장에서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며 추격을 허용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OS의 혁신자인 애플을 재빠르게 추격한 삼성과 구글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 웹브라우저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와 구글 크롬의 경쟁, 이차전지 부문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의 약진과 중국 기업의 맹렬한 추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 선도자의 우위는 명확할지라도 그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 후발주자의 추격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 자체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탓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제품화와 시장 수용 과정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출시 초기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던 1인용 전동 이동 수단 ‘세그웨이’, 증강현실(AR) 안경 ‘구글 글라스’, 메타의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등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그 예다.

이는 기술 혁신자뿐만 아니라 경쟁자, 추격자에게도 기회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막대한 R&D 투자,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는 경제 규모와 큰 배후 시장, 지속적인 기술 정책 등을 통한 선진국들의 기술 주도권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혁신에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경쟁자로서 추가적인 혁신 기회를 노리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오데드 센카 오하이오주립대 피셔칼리지 교수는 저서 『카피캣』에서 모방도 기업의 주요한 전략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술의 모방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거의 유사한 기술적 기능을 다른 원리와 방식을 이용해 구현하거나 기술 이전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기술을 확보한다면 자체 기술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여기에 기술 사업화를 위해 필요한 자본 조달, 생산 능력, 마케팅, 상표권, 유통망 등 보완 자산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 수요, 정책 규제 등 시장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후발 주자라도 기술 혁신자를 성공적으로 추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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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배

    김연배[email protected]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자원경제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및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신기술 사업화, 특허 전략, 기술 이전과 창업, 기술 혁신적 제도, 정책, 문화 등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고 에너지 환경,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신기술의 사회 경제적 맥락에 관한 연구와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학한림원 정회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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