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을 때는 결렬 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배트나(BATNA)’가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배트나마저 없다면 ‘1미터 규칙(1 Meter Rule)’이 유용하다. 협상 상대방을 개인과 팀, 회사로 세분화해 거리를 두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협상 상대방이 그가 속한 회사와 동일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상대방의 회사 내에서도 여러 사람이 부서마다 직급마다 서로 조금씩 다른 우선순위와 기회를 보고 있다. 팀과 조직보다는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하고 이해할 때 교착 상태의 협상에서 빠져나올 터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협상 결렬 직전,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할까
“저희는 현재 입장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안타깝네요. 저희 측도 이미 많이 양보해서 추가 조정은 어렵습니다.”
모 글로벌 반도체 부품 기업과 국내 고객사 간의 실제 협상 상황에서 오간 대화다. 협상은 결렬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협상의 여지, 즉 ‘바게닝 어레나(Bargaining Arena)’를 찾을 수 없고 양측 모두 이미 조정을 거듭해 더 이상의 양보가 어렵고 팽팽하게 맞선 상태였다. ‘추가로 양보를 해줘야 하나? 이미 양보를 많이 해서 더 이상 여유가 없는데…’ ‘상사에겐 뭐라고 보고해야 하지? 지금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할까?’ 협상이 결렬되기 직전 머릿속은 복잡하다. 이럴 땐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할까?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을 때는 결렬 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가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협상 외에 대안이 없다면 즉각적으로 배트나를 개발해야 한다. 배트나의 역할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배트나를 갖고 있기만 해도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 여유로운 태도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배트나가 있다는 사실을 협상 중 넌지시 언급하면 상대방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한 발 더 양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저희가 부득이하게 대안을 마련해 놓긴 했으나 저희는 귀사와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 거래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협상 결렬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배트나마저 없다면 ‘1미터 규칙(1 Meter Rule)’이 유용하다. 1미터 규칙은 크게 두 가지다. 협상 대상을 세분화해 거리를 두거나, 나 또한 내가 속한 조직과 거리를 두고 합의점을 모색해 협상 결렬을 막을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필자는 BAT코리아 대표이사와 베링거 인겔하임, 사노피에서 사업부대표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네슬레와 펩시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총괄(Head of Sales), 지역 영업팀장(Area Manager), 신유통 영업팀장(Key Account Manager),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총괄 등을 맡아 다양한 커머셜 직무에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협상 전문 교육 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