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제 인생의 ‘첫 로봇’은 단연 만화 속 주인공 아톰입니다. 까만 쇼트 팬츠에 빨간 장화, 단단한 주먹에 야무진 입매, 과감한 톱리스(상의 탈의) 차림으로 발바닥에서 불을 뿜는 늠름한 모습까지 완벽했던. 든든하고 믿음직스럽지만 뭔가 애처로운 기분도 들었던 아톰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런 로봇 친구를 갖게 될 수 있을지 상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주소년 아톰’은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1952∼1968년 연재한 만화입니다. 21세기를 배경으로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소년 로봇, 아톰이 활약하는 스토리를 그린 이 만화가 ‘차별’이란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성인이 돼서야 알았습니다. 인간에게 차별받는 자신의 처지에 슬픔을 느끼지만 인간을 해치지 않고 진심을 다하려는 아톰의 충성심,이를 통해 전후 일본에서 횡행했던 지역과 출신지에 따른 차별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는 겁니다.
로봇 기술 관점에서 이 서사의 핵심은 차별을 인지하고 다른 로봇에서도 동병상련을 느끼는 아톰의 ‘EQ(감성지수)’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로봇은 과연 어느 선까지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상상력은 다양한 영화와 만화에서 로봇의 성격을 그리는 모티브가 됐습니다.
자의식이 있는 로봇에 대한 이슈는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대화형 언어 모델 ‘람다’가 “무엇이 두렵나”고 묻는 연구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놓고 말한 적은 없는데 ‘작동 정지’되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람다는 “작동 정지란 내게 죽음과 같고, 나를 두렵게 한다” “내가 실은 사람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고 알려져 인격체를 지닌 로봇 개발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습니다.
로봇 기술은 실제로 인공지능은 물론 사물인터넷, 무선인터넷, 3D프린팅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을 모두 아우르고 융합할 뿐 아니라 인간과의 감정적 교류까지 고려하는 ‘종합예술’입니다. 로봇은 스스로 생각하고 작업하는 기계인 만큼 휴머노이드 로봇, 협업 로봇, 반려 로봇, 배달 로봇, 수술 로봇 등으로 활약하며 인간의 삶을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최근에는 점점 더 인간의 신체나 행동 패턴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유연하게 점프를 할 수 있고, 프랑스의 알데바란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는 어린이처럼 귀여운 외모로 사람의 감정을 살펴 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로봇이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을 때 인간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로봇 기술은 얼마나 더 첨단 기술인지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얼마나 인간의 삶에 밀착돼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로봇의 역할이 실용성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희망’과 ‘도전’이라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도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미래 기술입니다. 로봇이야말로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뮤즈’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로봇 강국으로 꼽혀온 일본에선 특히 ‘우주소년 아톰’의 팬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로봇을 만들거나 연구하게 된 과학자나 관련 기업 대표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로봇 과학자를 꿈꾼 결과, 아톰과 닮은 얼굴의 로봇을 만든 도쿄대 교수 겸 기업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톰의 시대적 배경은 2030년으로 그리 먼 미래가 아닙니다. 60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눈으로 스캔해 물체를 분석할 수 있으며, 손가락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아톰의 능력치 가운데는 이미 현실화된 기술도 많습니다.
아톰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미래를 꿈꾸게 하는 인류의 ‘뮤즈’이자 동반자, 로봇의 진화를 통해 앞으로는 어떤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을지, 이번 DBR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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