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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3에서 0으로

김현진 | 331호 (2021년 10월 Issue 2)

넷플릭스에 가입할 때 고객에게 관심 있는 장르를 선택하게 하는 것, 왓챠가 고객에게 직접 10개 이상의 작품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고객이 직접 선뜻 내주는 데이터, ‘0자 데이터(zero party data)’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정보들의 분석을 통해 기업들은 사용자의 영상 감상 패턴을 분석하고 각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작품들을 귀신같이 골라 고객들에게 제안합니다.

한편 특정 제품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가 며칠간 비슷한 종류의 제품 광고가 스토커처럼 온라인 공간을 따라다녔던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이는 애드테크 기업이 발행한 데이터(쿠키)로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기 위해 활용되는 ‘3자 데이터(third party data)’가 활용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3자 데이터’는 수십 년간 디지털 광고 업계에 미쳤던 소명을 마무리하고 그 역할과 기능이 크게 축소될 전망입니다.

온라인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각 국가가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하고 나섰고 애플이 앱 추적 동의를 의무화하고 구글이 3자 쿠키 제공을 제한하는 등 민관 차원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빚어진 큰 변화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2023년이면 쿠키의 가치가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지난 1, 2년간 디지털 마케팅 혁신은 그 중요도와 시급성이 더욱 강조되는 모양새입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웹이나 앱 속에서 경제 생태계를 이어나가고 있어 온라인 내에서 브랜드를 적절히 노출하고 그로부터 유입되는 고객의 행동을 추적하는 디지털 마케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3자 쿠키 사용이 제한되면 사용자 데이터에 기대왔던 개인화 광고 효용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1년 시장 조사 업체 플러리애널리틱스가 실시한 모바일 기기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조치 이후 데이터 추적에 동의한 미국 내 이용자는 4%에 불과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11%만이 동의했습니다. 사용자 행태와 관련된 정보 추적이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0자 데이터’의 중요성에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0자 데이터’는 정보를 소비자들이 모두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을 전제로 기업에 자신의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라 각종 개인정보 보호 논란에서 자유롭습니다. 또한 소비자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접점이 많아질 수 있기에 소비자들의 참여도와 감정적 결속감도 높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책과 관련 사례를 담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아티클 가운데 승무원 선발 시 기업의 충성 고객을 초청해 1차 면접자들을 평가하게 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사례가 특히 흥미롭습니다. 미국 고객만족지수 항공사 부문 1위 업체답게 0자 데이터를 고객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 그치지 않고 피드백의 영역으로 확장한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정보를 제공한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주거나 게임이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시돼 있습니다.

최적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시대 이후, 데이터의 온전한 주인이 소비자가 된 시대에 이들을 끌어들이고 참여도를 높이려면 브랜드가 또 다른 나로 여겨질 정도로 그들의 가치와 신념,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교훈이 기억에 남습니다. 프라이버시와 개인화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오늘날 마케터들의 중대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케팅 전망을 다룬 많은 리포트와 업계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결국 ‘신뢰’와 ‘공감’이었습니다. 브랜드와의 고도화된 상호작용을 원하면서도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고객들의 이중적인 마음을 헤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변화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이루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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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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