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 증시 입성을 계기로 미국 기업공개(IPO)가 국내 기업의 현실적인 엑시트(Exit)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형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고난도 상장 시장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증명해야 할 ‘성장의 질’에 대한 기준도 매우 높다. 미국 투자자들의 깐깐한 눈높이에 맞추려면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투자가 미래의 ‘성장’과 ‘시장지배력’으로 돌아올 것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쿠팡의 선례처럼 1) 성장의 속도와 가속도를 입증하는 매력적인 지표들을 보여주고 2) 성장 단계 투자자들과 꾸준히 접점을 넓히며 기업을 노출시키고 3) 지주사의 위치를 법인 설립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미국은 상장 비용뿐 아니라 상장 유지 비용도 매우 높은 시장인 만큼 그 명암과 실익을 사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21년 3월11일, 쿠팡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한국 벤처기업의 미국 상장이 처음은 아니지만 쿠팡의 미국 기업공개(IPO)는 그 규모와 파급력 측면에서 국내 벤처기업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된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미국 IPO’를 또 하나의 현실적인 엑시트(Exit)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 된 점은 ‘쿠팡 효과’가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쿠팡과 같은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가 나오기 위해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미국 IPO를 바라봐야 할까? 미국 증시의 특징과 쿠팡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미국 증시: 전 세계 성장주가 모이는 곳
우리가 쿠팡의 IPO를 통해 주목하게 된 미국 상장의 장점으로는 무엇보다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성장성만 검증된다면 상장이 용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미국 증시가 고성장 기술주에 대해 이해도가 가장 높은 시장인 동시에 전 세계의 다양한 기술 기업이 모인 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스타트업들에 무조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미국 상장을 노린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전 세계 어느 거래소보다도 상장 난이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 역시 바로 미국이라는 뜻이다. 특히 현재 뉴욕 거래소와 나스닥의 기술주 IPO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닷컴 버블과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난 20년간 시장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 미국 기술주 IPO: 대형주 위주의 고난도 상장 시장
매년 미국 IPO 통계11https://site.warrington.ufl.edu/ritter/files/IPOs-Tech.pdf
닫기를 조사해 발표하는 플로리다대 경영대학의 제이 리터 교수에 따르면 닷컴 버블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2000년 당시 260개의 테크 기업이 IPO에 성공했다. 해당 기업들의 설립부터 상장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년, 그리고 상장 당시 매출의 중간값은 약 130억 원(12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아울러 당시 상장 기업 중 이익을 내던 기업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시간을 돌려 2020년 통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2020년에는 42개의 테크 기업 IPO를 완료했는데 설립부터 상장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2.5년으로 늘었으며 상장 당시 매출의 중간값은 약 2300억 원(2억200만 달러)으로 20년 전에 비해 17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상장 기업 중 흑자를 내는 기업의 비중은 19% 수준으로 집계됐다.
단지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이 가능하다’는 점에만 주목하면 2000년이나 2020년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여전히 미국 상장에 성공한 기술주의 80% 이상은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 1]에서 IPO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미국 기술 섹터 상장주는 매출 100억 원 언저리의 소형주 위주에서 매출 2000억 원대의 소수 대형주 위주의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됐음을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비상장 기간을 거쳐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은 대형주들이 시장에 포진하게 된 것이다.
박제홍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다. 에이티커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국내외 대기업과 다수의 성장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후 국내 사모펀드에서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인수 및 성장 자본 투자를 이끌었다. 현재는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털 ‘아틀라스퍼시픽’에서 전 세계 혁신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및 테크 전문 뉴스레터 ‘CapitalEDG’를 운영하며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DBR 주최 CES 2024 참관 투어에서 현지 모더레이터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