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설령 이번 팬데믹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저성장, 양극화, 국제 정세 불안 등 다양한 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시대를 사는 소비자, 특히 MZ세대는 현실 세계에서 누리기 어려워지는 ‘의미 있는 관계’를 브랜드에서 찾고자 한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인간적으로 느껴지면서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휴머니스틱 브랜드’를 추구해야 한다. 휴머니스틱 브랜드는 갈수록 강화되는 거대 플랫폼의 압력 속에서 개별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다. 휴머니스틱 브랜드와 유의미한 관계를 맺은 팬들이 기꺼이 브랜드를 수호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답답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돼도 집단 면역 효과가 나타나려면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다 해도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전부터 저성장, 소득 양극화, 국제 정세 불안 등 다양한 문제가 이미 많은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 정치의 양극화 현상 등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다시 예전과 같은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특히 미래에 대해 큰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탈바꿈해야 한다.
불안의 시대를 사는 소비자의 특성
불안의 시대에 소비자는 어떤 브랜드를 원할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앞으로 많은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미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미래에 대한 인식이 노인의 그것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은 앞으로 살아갈 세월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에 기회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한창 젊은 MZ세대가 마치 노인처럼 자신의 미래에 기회와 가능성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의 MZ세대보다 한국 MZ세대에서 이런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이고 제한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발견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일수록 의인화(擬人化)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의인화란 사물을 마음과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의 주인공 톰 행크스가 배구공에 얼굴을 그리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서 윌슨과 대화하는 것이 바로 의인화 행동이다.
이러한 의인화 행동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갖고 싶어 할 때 나타난다. 사물을 사람처럼 인식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관계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의인화 성향을 높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기 주변의 사물을 사람처럼 인식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의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많은 MZ세대의 소비자가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적으로 느껴지며 자신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브랜드에 호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즉, 불안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휴머니스틱(humanistic) 브랜드가 필요하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USC마셜 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의 최초 한국인 수상자이자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