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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의 리테일비즈니스산책

로봇 레스토랑들은 왜 실패했을까

황지영 | 296호 (2020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리테일의 미래(2019)』의 저자인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UNCG) 마케팅학부 교수가 ‘황지영의 리테일비즈니스산책’을 연재합니다. 산업계와 학계를 두루 경험한 황 교수로부터 글로벌 리테일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지금 리테일 업계의 화두는 단연 언택트(Untact), 로봇, 드론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리테일 서비스들이다. 그런데 미국의 테크 허브인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봇 기반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폐업을 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잇사(Eatsa), 카페X(Café X), 로봇 피자 브랜드 줌(Zume), 버거 레스토랑 크리에이터(Creator) 등이 그 주인공이다. 기술 혁신의 사례로 주목받아온 로봇 레스토랑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상황이다. 이런 사례들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언택트 같은 트렌드를 추종하는 기업들에 경종을 울린다.

로봇 레스토랑이 각광받는 이유

로봇 레스토랑은 제조 공정, 특히 반복적인 공정에 로봇을 투입해 로봇이 단순 작업을 대신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한다. 로봇 레스토랑이 샌프란시스코에 밀집해 있는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인적/기술적 자원뿐 아니라 엄청난 렌트비 때문이다. 방 하나에 화장실이 딸린 원베드룸의 렌트비가 2000∼3000달러에 달하다 보니 구글 본사 마당에는 트럭을 집 삼아 사는 직원들까지 생기는 게 현실이다.

레스토랑 입장에서 로봇을 단순 반복적인 노동에 투입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자동화로 인건비가 줄어들면 메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길 뿐 아니라 단순 노동에서 해방된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신경과 관심을 더 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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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크리에이터는 350개의 센서와 20대의 컴퓨터를 이용한 로봇 공정으로 버거 하나를 만드는 데 5분밖에 안 걸린다. 시간당 130개의 버거를 만든다. 버거 번이 레일을 타고 이동하면서 소스, 야채, 패티 등이 차례로 쌓아지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2016년에 론칭한 줌피자(Zume Pizza)는 모바일로 피자가 주문되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배달 트럭 안에서 피자를 만들어 방금 만든 따뜻한 피자를 배달한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약 7500만 달러(약 900억 원)의 펀딩을 받았다. 2018년 소프트뱅크는 줌피자의 기업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로 평가하고, 3억7500만 달러(약 4500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잇사(Eatsa)는 키오스크나 앱으로 주문된 음식을 락커 같은 모양의 픽업 장소에 놓으면 고객이 픽업하는 형식의 레스토랑이다. 커리 볼, 퀴노아 볼, 벤토 볼과 다양한 샐러드를 7∼9달러에 판매한다. 음식은 주방에서 사람이 만들지만 주문부터 락커에서 픽업하는 과정은 직원과 소통할 필요가 없는 전형적인 언택트 방식의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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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8년 5월 MIT 졸업생 4명이 창업한 보스톤 지역의 스파이스(Spyce)는 잇사보다 훨씬 더 발전된 형태다. 그리스식, 레바논식, 인디언식, 심지어 한국식 샐러드 등을 내놓는 샐러드 레스토랑인데 잇사와 가장 큰 차이는 전체 제조 공정을 로봇화한 것이다.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샐러드를 주문하자마자 AI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료들을 찾아 순서대로 샐러드 믹싱 볼에 넣는다. 샐러드 재료가 돌아가며 섞이는 동안 소스도 자동으로 분사되고 완성된 샐러드는 자동으로 샐러드 볼에 담긴다. 이처럼 자동화된 제조 공정을 통해 주문 한 건이 소화되는 데는 3분이 채 안 걸린다. 필자가 직접 매장을 방문했을 때 내 이름이 적힌 볼에서 샐러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스파이스는 2018년 2100만 달러(약 260억 원)의 시리즈A 펀딩을 받았다.

로봇 레스토랑과 카페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는 뜻)’하기 때문이다. 카페X의 경우 주문한 후 커피가 만들어지는 동안 로봇이 춤을 춘다. 커피가 완성되는 순간에 ‘짜잔’ 하며 로봇이 춤을 추는 동작은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스파이스 레스토랑에서도 여기저기에서 스마트폰으로 샐러드 제조 과정을 녹화하느라 바쁜 소비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로봇 레스토랑은 인건비를 절약해 메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을 갖추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첨단 기술을 시연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만 있으면 성공할까

그런데 필자가 이곳들을 방문했을 때 몇 가지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카페X의 주문과 제조공정, 춤추는 로봇 팔을 보면서 과연 이 모델이 장기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로봇 팔이 춤추는 모습은 처음 몇 번은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키오스크로 주문된 커피를 만드는 공정은 사실 일반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커피머신과 다를 게 없었다. 무엇보다 커피 맛이 평범한 수준이었다. 즉 상품성이 기대보다 떨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카페X는 창업한 지 3년이 채 안 된 2020년 1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매장 3곳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2019년 7월 잇사도 문을 닫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줌피자도 2019년 11월 사업을 종료했고, 2020년 1월 4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줌피자는 피자 로봇에서 배송 로지스틱스와 분해 가능한 패키징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또 크리에이터는 소프트뱅크에서의 펀딩 관련 이슈로 한동안 자금난을 겪었다.

위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스파이스는 현재 2번째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2호점은 실내 55명, 야외 파티오에 약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1호점보다 규모가 크다. 또 야간 영업을 하면서 맥주와 와인도 판매할 예정이다.

가입하면 무료

  • 황지영[email protected]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 마케팅 전공 부교수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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