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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제 소비자의 심장을 건드려야 한다”

김선우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수(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윤경미(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마케팅 3.0을 넘어라는 주제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에서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하영원 서강대 교수와의 토크콘서트에서 한국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전략 방향으로 충성 고객 개발과 해외 시장 진출 등을 꼽았다. 토크콘서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하영원 교수: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인 코틀러 교수와 토크콘서트를 가지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시카고에서 1981년에 Marketing Management라는 과목에 입문을 할 때 코틀러 교수의 교과서를 가지고 배웠다. 그리고 논문을 지도했던 Stephen Hoch 교수가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따지면 할아버지쯤 된다. 우선 오늘 힘든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활력이 넘치는데 건강 비결은 무엇인가.

 

Philip Kotler 교수: 내가 건강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여러분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을 것이다. 다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9명의 손주가 있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뭔가에 대한 도전의식을 느끼면서 급변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으면 건강해진다. 또 운동을 하고 영양식을 먹고 적절한 식이요법을 유지하면 된다. ‘흡연 하지 말고 마약 하지 말며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건강의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영원: 비밀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우리가 아는 바를 잘 실천하고 있는 게 비결인 것 같다. 결국 마케팅 3.0도 어떻게 보면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성을 회복하고 거기에 걸맞은 마케팅을 해보자는 취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다시피 세계 경제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가득한 경제환경하에서 한국 기업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단히 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지금까지 보여준 역동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해지려면 기조연설에서 언급하신 8가지 성장전략 중 특히 어디에 방점을 찍으면 좋겠는지, 또는 어떠한 전략들의 조합을 가져가는 게 좋겠는지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 달라.

 

 

필립 코틀러 교수(오른쪽)와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하영원 서강대 교수.

 

 

Kotler: 좋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웃음). 각 회사마다 기회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다. 따라서 8개 모두 다 탐구해 본 뒤 지금 활용하는 것과 다른 2개를 미래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쓰면 된다. 밟을 수 있는 일련의 단계는 있다. 먼저 <Chaotics>라는 4년 전에 나온 내 책을 한번 읽어 봤으면 한다. 당시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다. 그 책에서 나는 금융위기의 발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엄청난 소용돌이에서 빠져 죽지 않으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먼저 조기 경보 시스템을 잘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갑자기 등장했다고 해서 놀라면 안 된다. 사전에 경고 장치가 있다면 놀랄 이유가 없다. 동료들과 앉아서 망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는지, 어떠한 기술이 또는 어떠한 변화가 우리를 망할 수 있게 만드는지 한번 정리해봐야 한다. 그래서 취약점을 파악을 한 뒤에 스스로 틀을 깨야 한다. 사전에 내가 위험한 것을 감지한다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면 스스로 비즈니스를 개선할 것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현재대로 계속 비즈니스를 영위하려는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된 사업 말고 사이드 비즈니스까지 만드는 것이 힘들다. 그렇지만 시도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두 번째로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중요하다. 내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내일을 비관할 수 있고 낙관할 수도 있다. 통상적인 내일을 상상할 수도 있겠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만 가지고 있어도 좋겠지만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를 먼저 예측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사전에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좋을 때 어떻게 그 기회를 활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발현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팀 컬리 씨가 사업을 수성하는 방법과 관련한 책을 쓴 적이 있다. 고객을 유지해야 하고 판매망, 공급 업체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는 8개의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아까 어떠한 조합이 좋겠냐는 질문을 해주셨다. 먼저 두 번째 전략, 즉 현재 시점의 고객을 어떻게 더 깊숙하게 능동적으로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개입시킬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한국이 수출 위주 국가이다 보니 한국의 내부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 성장을 할 시장 중에 아직까지 다른 경쟁사가 진출하지 않은 시장이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는 9%대의 GDP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들이 있다. 케냐, 나이지리아, 그리고 일부 다른 지역을 보면 아직까지는 거기 진출한 회사가 없을 수 있고 여러분 회사에 그곳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재화가 있을 수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페라리가 굉장히 잘 팔린다고 한다. 돈이 어디서 나왔을까? 아프리카에는 굉장히 부자인 사람들도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성장률이 낮지만 국가의 특정 도시는 성장률이 굉장히 높을 수 있다. 이를 Micro pocket이라 부른다. 마케팅 쪽의 연구 역량을 키워서 이런 지역을 찾아야 한다.

 

하영원: 시나리오 플래닝을 불확실성을 대체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나름대로 장점이 많이 있는 경영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시니컬한 사람들은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차이가 나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비상 계획의 가치에 대한 부연을 더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Kotler: Eisenhower 대통령은계획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계획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planning is everything, the plan is nothing)’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계획은 금방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계획을 짜기 위해 계속 사고하고, 생각을 자극하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계획과 계획을 하는 과정은 다르다. 계획을 하는 과정에서는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닌 개방된, 수평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할 수 있다.

 

효율적인 경영이란 어떤 것일까. 아침에 먹는 시리얼은 보통 General Mills Kellogg 제품이다. 하지만 아침마다 똑같은 회사의 시리얼을 먹으면 지루해진다. 그런데 시리얼이 다양해질 수 있다. 견과류를 더 집어 넣거나 건포도를 더 집어 넣는 등 끊임없이 바꿀 수 있다. 시리얼을 캔디바의 형태로 만드는 것은 안 될까? 이것을 health bar라고 하면 좋겠다. 실제 최근 시리얼로 만들어진 식사대용의 막대 바가 출시되기도 했다.

 

커피 회사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커피 회사 네슬레는 Starbucks가 수많은 매장을 만들었고 사람들이 커피를 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Nestle가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왔다. 무려 50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커피를 밤에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그냥 일반적 커피가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를 원한다는 가정이 사실일까? 뭔가 대안이 될 수 있는 맛이 들어간 커피가 있을까 등 50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중에서 5개의 아주 멋진 최고의 아이디어를 뽑아냈다. 조만간 이 5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좀 더 브레인 스토밍을 해보라는 거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브레인 스토밍을 하고 정말 황당무계할 정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해보면 새롭고 멋진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자동차 예를 들어보자. 차를 2500달러에 팔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라탄 타타(Ratan Tata) 회장은 아주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인도 도시를 가보면 교통이 매우 혼잡하다.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한 대에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녀 두 명이 모두 타고 가다가 끔찍한 사고가 났다. 타타 회장은 이 사고를 보고 오토바이가 아니라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까 아주 싼 자동차를 만들었다. 거대한 꿈과 야망을 가지고 타타 회장이 10년을 연구해 2500달러짜리 자동차를 만들었다. 컬렌스가 쓴 책에는 아주 멋지고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를 계속 모색하면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버리는데 타타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창의성을 강조하고 싶다. 창의성이야말로 마케팅의 최고 핵심이 될 수 있으며 기업들은 좀 더 창의적인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월풀(Whirlpool)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수천 명의 직원들 중 각각 다른 부서 400명의 직원을 뽑아 창의성 교육을 시켰다. 그후 Whirlpool은 급성장했다. 400명의 특수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마음자세를 키워주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창의성 교육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차고(garage)에서 일을 한다. 차고는 보통 차를 세우기도 하지만 창고처럼 필요 없는 물건들, 예를 들어 잔디 깎는 기계 등을 보관하는 장소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작업장처럼 사용한다. 이 직원은우리는 왜 창고에 냉장고를 두지 않을까? 창고에서 많은 일을 하는데 냉장고를 두면 얼마나 편할까와 같은 생각을 했고 Whirlpool은 주차장 창고를 개조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자전거를 보관하는 선반을 벽에 만들어 쓰레기더미 같은 창고를 멋진 작업장으로 바꿔놓았다. 400명의 교육받은 사람 중 한 명이 사람들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차고를 멋진 공간으로 만들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냈으며 이제 Whirlpool이 그쪽에 주력을 하고 있는 선도업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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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우

    김선우[email protected]

    경영 칼럼니스트

    필자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을 전공했고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2년 동안 동아일보와 DBR에서 기자로 일했다. 미국워싱턴주에 거주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등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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