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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심 금융 서비스 개발 방안

소비의 64%는 여성의 힘! 금융권, ‘큰손’을 껴안을 전략을 짜라

박상순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많은 기업이 여성 소비자에게 주목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 오늘날 전 세계 여성들이 1년 동안 소비하는 금액은 약 12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소비 규모의 64%에 해당한다. 선진 시장으로 갈수록 여성 소비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앞으로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그 영향력이 커지면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은 보다 커질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사회경제적 영향력만큼이나 오늘날 여성은 한정된 시간 안에 일과 가정, 그리고 자기자신까지 돌봐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여성의 모든 필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

특히 여성 소비자는 금융기관 서비스에 많은 불만을 토로한다. 여성에게 특화된 상품을 여느 금융기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금융 분야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CG 조사에 따르면 불만족스러운 서비스 부문 상위권은 모두 금융업이 차지했다. , 개선 여지가 많은 서비스 부문 1위에 투자, 3위에 은행, 4위에 생명보험, 6위에 자동차 보험이 각각 꼽혔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불만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성공적인 여성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접근법인 ‘4R’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금융기관에 대한 여성의 불만

상품보다태도가 문제

금융기관이 여성을 위한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몇몇 은행, 일부 카드사가 내놓은핑크 신용카드’ ‘핑크 체크카드등에 대해 억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식이다. 실제 많은 은행이 여성 고객을 겨냥한 이벤트를 벌인다. 그러나 상당수는 기존 상품을 재포장하거나 여성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 캠페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은 여성이 진정 원하는 것을 제공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기보다는 얄팍한 상술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심지어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여성 소비자가 금융기관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BCG 22개 국 12000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11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여성들은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와 신용카드, 대출 등에 커다란 불만을 표했지만 무엇보다 금융 자문과 투자 서비스 부문에 가장 불만이 많았다. 주요 원인은 여성을 무시하는 태도, 여성의 니즈에 대한 이해 부족, 여성을 위해 최대의 혜택을 제공하려는 태도의 부재 등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은 금융기관이 고객들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제대로 명시되지 않은 각종 수수료, 중개료, 이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위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여성 소비자의 불만은상품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여성 고객을 응대하는태도서비스 수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사를 분석해 여성 소비자의 특성을 하나로 정의 내리려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여성은 투자에 소극적이라든지, 금융 지식에 무지하다든지 등으로 단순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자칫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나이, (wealth)의 정도 및 삶의 유형에 따라 불만의 내용도, 고객들의 희망 사항도 제각각 달라진다. 재정관리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만 놓고 봤을 때 여성 고객의 유형은 크게고학력과 경제력을 갖춘엘리트형’ △늘 압박을 받는스트레스형’ △낙천적이고 개인주의적인관계지향형’ △혼자서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고군분투형’ △근근이 먹고 사는생계유지형등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림 1) 금융기관은 최소한 이 다섯 가지 유형의 고객별 니즈에 맞게 상품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엘리트형은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현재보다 더 나은 자문을 원한다. 이들은 주로 중산층 이상이며 교육 수준이 높고 미국 여성 기준으로 순자산이 50∼100만 달러 사이인 여성이다. 하지만 이들 자산의 평균 20%는 대개 일반 체크 계좌나 저축 계좌에 머물러 있다. 이 여성들은 돈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만족할 만한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사 결과 이들은상담직원이 적극적이지 않고 프로세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도 않으며 여성이 더 많은 정보와 자문에 더 많은 수수료를 낼 마음이 없을 거라고 멋대로 추측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이 유형의 여성들은 혼자 인터넷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자산관리 전문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중요한 투자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트레이딩업(trading up·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품 및 서비스에는 비싸더라도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하려는 소비 패턴)을 할 의향이 있다.

스트레스형과 생계유지형은 다른 유형보다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융 서비스에 불만이 많다. 그중 50세 이하의 여성들은 주로 인터넷뱅킹으로 계좌를 관리한다. 금융상담직원들이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원하는 서비스와 정보를 얻는 게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고군분투 유형, 특히 이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장년층 여성들은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불만이 많은 고객군에 속한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산을 주식과 은행 예금에서 퇴직연금이나 부동산으로 옮긴다. 다른 유형의 고객들보다 자산도 많고 관리할 시간도 많지만 부가 늘어날수록 더 나은 정보를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관계지향형 여성들은 좋은 직장을 갖는 것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교육수준이 높고 연평균 소득이 35000달러에서 8만 달러 사이인 중산층 수준이지만 소득에 비해 물건이나 돈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다.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가족이다. 20대 중·후반, 30대 초반이 대부분인 이 유형에 속하는 미혼여성들은 주로 여행이나 각종 엔터테인먼트, 외식, 특별한 물건이나 수집품 등 젊은 시절의 추억을 만드는 데 돈을 쓴다. 이들은 다른 유형에 비해 아직 금융 투자나 은퇴 준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여성 중심의 금융 서비스 개발을 위한 4R

여성의 불만을 공감하고 여성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금융기관이라면 아래 4R이라고 부르는 네 가지 단계를 적용해보자. (그림2) 인식(recognize), 조사(research), 대응(respond), 그리고 다듬기(refine)의 네 단계를 통해 보다 여성 중심의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 성공적인 여성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대체로 아래 단계를 밟았다.


1.
인식(Recognize)

- “정말로 여성은 중요한 고객인가?”

일부이지만 아예 여성을 중요한 고객군으로 인정하지조차 않는 은행들도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은행들은 부유한 여성을 별도의 고객군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 작은 집단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 고객군의 고유한 특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은행들도 있다. 한 은행의 임원은여성 고객을 위한 별도의 접근법은 필요하지 않다. 여성들도 남성과 동일한 서비스와 상품을 원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여성 고객군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모두 인식하는 은행이라도 여성의 선호 사항을 조사하거나 여성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등의 실천은 하지 않는 곳도 많다. 특히 개인 자산 증가율이 세계 평균을 웃돌고 자산관리 시장이 여전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신흥시장에서는 은행들이 고객군을 정교하게 구분해 접근할 인센티브가 적다. 그래서 신흥시장의 은행들은 리스크 특성이나 자산 수준 같은 전통적 지표에 의존해 고객을 분류한다.

따라서 고위경영진은 여성이 특수하면서도 중요한 고객군이며 그동안 여성에 대한 서비스가 허술했을지 모른다는 점을 조직원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경영진은 또한 여성 고객에 대한 접근법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피상적인여성용상품에서 탈피해 여성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세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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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순

    박상순[email protected]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를 받았다. 한화경제연구원에서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1997년부터 2014년까지 글로벌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으며 파트너 및 금융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을 위한 혁신적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Fin2B를 창업해 대표로 있다. 윤종신과는 중학교, 공등학교 동창이자 친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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