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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자극 마케팅 2.0

제품 기획 단계부터 감정자극 요소 넣어라

여준상 | 60호 (2010년 7월 Issue 1)

감정 vs 인지
마케팅 자극에 노출됐을 때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감정(emotion)과 인지(cognition)라는 2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감정은 자동적 반응(automatic response) 즉,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반응하는 일종의 무의식적 행동에 가깝다. 반면 인지는 통제적 반응(controlled response) 즉, 스스로 의식을 하면서 생각하는 반응에 가깝다. 감정을 ‘느끼는 것(feeling)’으로, 인지를 ‘생각하는 것(thinking)’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감정과 인지 중 인간의 행동을 더 강하게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감정이다. 미국 하버드대 제럴드 잘트만 교수에 따르면 인간 행동의 95%는 무의식 영역에서 발현된다. 이 무의식 영역에 가장 많이 담겨있는 정보가 바로 감정 관련 정보다. 오감 자극 등을 통해 느끼는 감정은 인간의 행동을 강력하게 유발한다. 특히 감정 자극은 의식적인 반응이 아니라 무의식에 가까운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인지 자극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감정자극 마케팅2.0 시대의 도래
행동 경제학의 부상 이후 인간의 행동을 인지 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는 인지적 접근 방식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인간이 반드시 머릿속에서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건 아니다’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감정 자극의 비중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기술 발달로 제품 간의 기능이나 속성 차이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기능이나 속성에 대한 체계적 사고를 강조하는 인지적 자극의 중요성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반면 디자인, 상상 유발, 에피소드를 이야기 형태로 풀어가는 내러티브 등을 통한 감정유발 자극이 마케팅의 새로운 화두로 주목 받고 있다.
 
감정자극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기존의 오감자극 마케팅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오감자극 마케팅은 단순히 오감자극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관리하라는 개념적 성격이 강했다. 특히 실행 면에서는 주로 시각, 청각 자극에만 초점을 두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감정자극 마케팅에 관한 논의는 다양한 학문과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그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후각, 촉각 자극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마케팅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소비자연구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최근 향기(scent), 촉감(touch or haptic) 자극에 대한 소비자 반응 연구가 상당히 많이 발표된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가지의 감각자극이 다른 감각자극에 대한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공감각 자극(synesthesia)과 지각 전이(perceptual transfer)에 대한 관심도 높다.
 
내러티브 자극 연구에서는 공감(sym-pathy), 감정이입(empathy)과 같은 감정 영역이 강력한 설득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감, 감정이입 유발 광고나 판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 뇌에 대한 실시간 감지기술(fMRI 등)이 발전해 뇌 부위에서 어떤 영역이 활성화하는지 파악해 더 객관적이고 맞춤형으로 감정자극을 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감정자극 마케팅도 새로운 접근, 즉 2세대적 접근이 필요하다. 여러 감각 자극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 공감과 감정이입의 활용, 감정 탐지 기술을 통한 맞춤형 대응 등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마케팅이 아니라 신제품 기획 단계부터 감정 자극 요소 고려해야
사람들은 감정자극 마케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흔히 광고를 통한 감정유발을 떠올린다. 그간 감정유발 마케팅이 촉진, 즉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초점을 두고 발전해 온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감정자극 전략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에 시청각 자극뿐 아니라 후각, 촉각 자극을 적극 반영해 소비자가 제품 사용 과정에서 풍부한 감정 경험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브랜드 콘셉트 관리(brand concept management) 측면에서 볼 때 기능적(functional), 상징적(symbolic), 경험적(experiential) 콘셉트 중 갈수록 경험적 콘셉트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경험적 콘셉트는 다른 콘셉트보다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행동 반응을 유발시키는 효과가 크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 과정에 ‘판타지아(fantasia)’, 즉 짜릿한 느낌을 선사하는 경험적 자극을 설계하는 일이 마케팅 단계가 아니라 신제품 개발 전 단계부터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 신제품 아이디어 설계에서 시제품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시각 판타지아, 청각 판타지아, 후각 판타지아, 촉각 판타지아, 미각 판타지아를 고려해 제품이 소비자의 긍정적 감정을 어떻게 유발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제품의 외적 디자인의 관점에서만 판타지아를 고려할 게 아니라, 제품의 세부 기능 설계에서부터 감정적 자극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풍부한 판타지아 경험을 유발하는 감정 자극 설계는 단순히 기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싸다는 속성보다 훨씬 큰 경쟁품과의 우위 및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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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준상

    여준상[email protected]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33』『역발상 마케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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