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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으로 전락한 충성도 프로그램 확 바꿔라

이장혁 | 50호 (2010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타깃 독자: 기업의 마케팅 및 고객 관리 담당자
주제: 성공적인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 설계 방안
솔루션: 성공적인 충성도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경쟁 상품에 비해 매우 크고 △고객이 충성도 프로그램의 가치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으며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충성도 프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목적과 목표 고객군, 판단 지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주관적 혜택을 감소시키는 ‘소멸성 혜택’은 피하는 게 좋다.

각종 멤버십 카드, 포인트 적립 제도 등 ‘충성도 프로그램(loyalty program)’이 백화점, 주유소, 항공사와 같은 서비스 회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 제품 등 제조 회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충성도 프로그램의 홍수라고 할 만하다. 한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충성도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보니, 담당 직원조차 개별 프로그램의 종류와 혜택의 차이를 잘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이러다 보니 충성도 프로그램 사이의 차별성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충성도 프로그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활용 실태다. 소비자는 여러 개의 멤버십 카드를 꽂고 다니며 그때 그때 필요한 용도에 맞는 카드를 사용한다. 충성도 프로그램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재구매와 교차 구매를 촉진시키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그저 당연한 ‘구색’의 일부로 전락하고 있다.
 
만일 △충성도 프로그램의 회원 고객과 비 회원 고객 간 유지율 및 지갑 점유율(share of wallet)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거나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충성도 프로그램에 가입한 회원들의 구매 내역에 차이가 거의 없거나 △혜택이나 포인트를 다 사용하지 않고 소멸시키는 고객이 늘어나거나 △제공하는 혜택 때문에 비용 부담이 계속 커져 혜택 축소를 고려 중이라면, 지금 운영하고 있는 충성도 프로그램을 철저히 점검하고 새로 설계해야 한다.
 
성공적인 충성도 프로그램은 무엇이 다를까?
자동차 구매 시 최고 3500달러의 할인 혜택을 주는 GM카드는 1992년 발매 후 2년 만에 87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해 미국 신용카드 시장의 신기원을 이뤄내고, GM의 충성 고객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프랑스의 파리 디즈니랜드(Disneyland Paris)는 이용객의 놀이 공원 동선 및 구매 행태를 분석해,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과 부가 서비스를 추가했다. 그 결과 2009년 방문객당 44유로(62.5달러)의 매출을 올려 미국의 식스 플래그스(Six Flags)의 36.7달러, 체다 페어(Cedar Fair)의 39.5달러를 훨씬 능가했다. 카지노가 주업인 해러스 엔터테인먼트(Harrah’s Entertainment)는 토탈 리워즈 카드(Total Rewards Card)라는 충성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쟁사 대비 10% 이상 높은 고객당 매출을 올렸다. 철저한 고객별 이익 기여도 분석과 고객 만족도 분석의 결과였다. 해러스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6개국에서 62개의 카지노를 운영하며 연 매출 91억 달러를 올리는 복합 위락 서비스 회사로 성장했다.
 
위에 언급한 성공적인 충성도 프로그램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다른 경쟁 상품을 고려하지 않을 정도로 크다. 둘째, 고객이 충성도 프로그램의 가치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셋째,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갖추고 있다.
 
GM카드의 회원은 7년간 적립하면 총 3500달러(연 500달러)의 1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할인 금액은 소비자가 자동차 판매원과 협상을 마친 후 제시받은 최종 가격에서 추가로 할인을 받는 금액이다. 즉 구매하려 하는 차의 최종 가격이 2만 달러라면 약 17%의 할인을 추가로 받게 돼 충성도 프로그램의 가치가 쉽게 와닿는다. 반면 현재 국내 자동차 할인 카드들은 적립 후 할인 방식이라기보다는, 차량 구매 시 판매자의 권유에 따라 카드에 가입하고 선 할인을 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미 판매자가 고객의 할인 금액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가격 협상을 하게 된다.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최대한 할인을 받기 힘든 구조다. GM은 당시 무명이었던 하우스홀드 뱅크(Household Bank)와 협력해 신용카드를 발급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카드 수수료를 배분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할인 비용 중 많은 부분을 수수료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었고, 더 많은 혜택을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파리 디즈니랜드는 성인 1회 입장료가 40유로인 반면 파리 근교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간 회원권 2 가격은 89유로로 연 3회 이상 방문한다면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연간 회원권 없이도 자주 찾아오는 단골 고객을 생각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일정 부분의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충성도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지갑 점유율(share of wallet)을 높일 수 있었고, 식당과 기념품 구매 등으로 부가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해러스 엔터테인먼트는 토탈 리워즈 카드라는 고객 특성에 맞는 충성도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체적인 객단가를 향상시켰다. 근거리에 거주하고 자주 객장에 오는 고객에게는 무료 사용권(Free Chip)을 지급하고, 원거리에서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무료 호텔 숙박 및 식사 혜택을 제공했다. 방문 형태에 따른 차별화된 혜택도 제공했다. 처음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뉴비즈니스(New Business) 프로그램, 방문 빈도 증대를 위한 프리퀀시 업(Frequency Up) 프로그램, 사용 금액 증가를 위한 버짓 업사이드(Budget Upside) 프로그램 등 맞춤형 충성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입을 극대화했다. 특히 무료 사용권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것을 파악하고 고객의 카드 사용 금액과 무료 혜택을 연동했다. 이 방법을 통해 해러스 엔터테인먼트는 회사의 추가 비용 부담 없이도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충성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충성도 프로그램의 목적부터 차별화해야
그렇다면 모든 회사가 같은 목적으로 충성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까? 충성도 프로그램은 고객의 ‘거래 형태’와 ‘브랜드와의 관계’에 따라 그 목적이 달라져야 한다. 여기서 거래 형태는 ‘단속적 거래’와 ‘연속적 거래’로 나뉜다. 단속적 거래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할 때 상품 구매가 단속적으로 발생하는 형태로, 백화점, 놀이동산, 식당, 항공 등 상당수의 서비스 산업이 이런 거래 형태를 띠고 있다. 연속적 거래는 별도의 매장 방문 없이 상품을 사용하고 적당한 기간에 모아서 사용한 금액을 결제하는 형태로, 유무선 전화, 인터넷, 전기, 가스 등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와 은행, 보험, 신용카드 등의 금융 서비스가 이 거래 형태를 띠고 있다.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브랜드와의 관계는 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기간 동안 해당 상품 범주에서 하나의 브랜드만을 사용해도 충분한 ‘단수 브랜드 관계(single brand relationship)’와 그렇지 않고 여러 브랜드를 쉽게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는 ‘복수 브랜드 관계(multi brand relationship)’로 나눌 수 있다. 거래 형태와 브랜드 관계라는 두 축을 놓고 분류하면, 전체 산업을 단수 구매형, 단수 계약형, 복수 구매형, 복수 계약형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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