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전 세계로
지난해 6월 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다. 황제는 떠났지만 그의 노래와 춤은 남았다. 그리고 각국 24개 도시에서 그를 기리기 위한 ‘플래시 몹’도 남았다. 특정 일시와 장소를 정해 팬들이 한데 모여 노래와 춤을 따라한 뒤 해산했다.
플래시 몹(Flash mob)은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플래시 크라우드(Flash crowd)’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각종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집단을 뜻하는 ‘스마트 몹(Smart mob)’의 합성어이다. 플래시 몹은 e메일이나 휴대전화로 연락해 특정 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황당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불특정 군중 혹은 그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최초의 플래시 몹은 2003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미국 뉴욕의 액세서리 가게를 점거하다 사라진 사건이 시초다. 국내에서도 같은 해 서울 강남역 앞에 모인 40여 명이 행인들을 향해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등의 덕담을 건네고 해산했다.
한때 젊은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치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플래시 몹은 2010년 현재도 살아남았고, 오히려 진화했다. 마이클 잭슨과 같은 문화적 영웅을 기리는 데 적합한 최상의 표현 방식으로 간주될 뿐만 아니라, 기발한 홍보 방식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서의 플래시 몹
2009년 3월 벨기에 앤트워프 중앙역. 갑자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 송’이 흘러나오자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200여 명이 대열을 이루며 군무(群舞)를 선보였다.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 감동과 전율이 느껴진다. 하지만 알고 보면 플래시 몹 자체가 벨기에 TV 드라마의 홍보로 기획됐다.
2008년 1월 영국의 리버풀 역에서 있었던 350여 명이 참가한 집단 댄스 플래시 몹은 유럽 통신사인 티모바일의 작품이다. 이 퍼포먼스는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러한 반응을 포착한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 또 유튜브에서 1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플래시 몹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그리고 언론에까지 어떻게 퍼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삼성도 지난해 ‘하하하 캠페인 2009’를 진행하면서 인기그룹 소녀시대가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 형식의 플래시 몹을 제작했다. 삼성의 캠페인 플래시 몹 영상은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가수를 기용했다는 것 자체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의 스카이는 ‘큐브릭’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뮤지컬 형식의 플래시 몹 홍보를 시도했다. 영화관 CGV의 매표소 앞에서 한 커플이 티격태격 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주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여기에 개입하는 즉석 뮤지컬이 펼쳐졌다. 그런데 그들의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면 휴대전화의 새로운 기능과 장점을 어필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뮤지컬에 참여하는 사람들 손에는 휴대전화, 스카이의 큐브릭이 쥐여져 있었다.
자발적 호기심과 참여,바이럴 마케팅 툴로서의 가능성
플래시 몹을 쓴 마케팅이나 홍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참여를 유도하려면 참신한 기획과 치밀한 진행이 필수다. 이미 온라인에 재미있고 감동적인 볼거리가 넘치는 상황에서 플래시 몹이 관심을 끌려면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또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서로 순환 고리로 물려 이슈를 확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벌어진 플래시 몹을 촬영해 온라인에서 바이럴 마케팅용으로 활용하고, 이를 보도와 연결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기업 입장에서는 얼마나 덜 상업적으로 보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수위 조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신기하더라도 상업성이 지나치면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입소문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덜 직접적이면서 쉽게 따라하거나 회자될 만한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벨기에의 ‘도레미 송’ 군무처럼 누구나 아는 것을 패러디하거나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해서 내용에는 공을 들이되 비용은 저렴한 플래시 몹이 탄생한다면 소비자에게 유쾌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홍보하려는 제품, 서비스, 기업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