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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브랜드를 의인화하면 입소문 널리 퍼져

이승윤 | 405호 (2024년 11월 Issue 2)
Based on “When Products Come Alive: Interpersonal Communication Norms Induce Positive Word of Mouth for Anthropomorphized Products” (2023) by Fangyuan Chen, Jaideep Sengupta, Jianqing (Frank) Zheng, Xin (Shane) Wang i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49, Pages 1032–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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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오래전 애플의 아이폰과 RIM의 블랙베리의 경쟁이 치열할 시기에 신문에서 인상적인 카툰을 본 기억이 있다. 점심을 함께 먹는 두 친구 중 한 명은 테이블 위에 아이폰을, 다른 한 명은 블랙베리를 올려둔 모습을 그린 만화 속에서 아이폰 사용자는 예술가로, 블랙베리 사용자는 금융맨으로 묘사됐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들은 쉽게 사람처럼 묘사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에게 이케아는 무언가 만드는 것을 즐기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으로 그려질 것이다. 나이키는 열정적이고 쾌활하며 일과 운동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젊은 2030세대로 묘사될 것이다.

좋은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이런 개성은 인간에 빗대 표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바로 ‘브랜드 의인화(Anthropomorphic Brand)’의 핵심이다. 브랜드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떤 동네와 지역에 살 것 같은지, 어떤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지와 같은 질문을 소비자에게 던지며 각 브랜드가 의인화되고 관리된다.

과거에도 브랜드 의인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왔다. 브랜드를 사람처럼 느끼도록 하는 의인화 요인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브랜드가 인간이 가진 특징으로 표현될 때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사람처럼 여기게 된다. 예를 들어 브랜드가 성별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거나 1인칭 형태로 표현될 경우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사람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브랜드 카피에 ‘군’ ‘양’처럼 성별을 나타내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붙이거나 금융 앱 토스를 실행할 때 “어디에 자산을 투자해야 할지 제가 상세하게 알려드릴게요”와 같은 메시지를 화면에 노출하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를 좀 더 사람처럼 여기도록 할 수 있다.

제품디자인에 인간이 가진 속성들을 의도적으로 넣는 것도 의인화에 도움이 된다. 자동차의 헤드램프는 사람의 눈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은 코나 입으로 표현될 수 있다. 과거 연구는 이런 자동차 외관 전면부를 디자인할 때 사람의 얼굴이 연상되는 형태로 디자인하는 것만으로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람처럼 여기도록 할 수 있고 이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인상의 얼굴이 연상되는 자동차 전면 디자인보다 웃는 인상의 얼굴이 연상되는 전면 디자인을 한 자동차에 대해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홍콩폴리텍대와 홍콩과학기술대,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공동 연구진은 의인화된 브랜드가 그렇지 않은 브랜드에 비해 입소문(word-of-mouth, WOM)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실험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의인화된 브랜드의 입소문에 대한 영향을 테스트했다. 예를 들어 가상의 선글라스 브랜드 ‘AMR’을 만든 뒤 제품명을 ‘Mr. AMR’로 짓고 선글라스 디자인에 인간적인 요소를 넣어 의인화된 브랜드를 만들었다. 비의인화된 조건에서는 선글라스를 단순히 브랜드명으로 지칭하고 인간적인 디자인 요소를 부각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비의인화된 브랜드 조건에 비해 의인화된 브랜드 조건이 긍정적인 입소문과 부정적인 입소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의인화된 브랜드가 비의인화된 브랜드에 비해 긍정적인 입소문을 더 이야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라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과거 입소문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가 근원적으로 훌륭하다고 인식할 때 더 적극적으로 타인에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서 좋은 제품이 긍정적인 바이럴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품의 질(Quality)이 긍정적인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상 관리 메커니즘의 작동 원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입소문을 전달하는 대상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입소문을 전달하는 대상에게 가능한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려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비방을 전달할 때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평판이 나빠질까 걱정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런 이유로 인상 관리 욕구가 커질 때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소비와 관련된 더 긍정적인 입소문을 이야기하려 하고 부정적인 입소문은 덜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의인화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더 따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는 인상 관리 메커니즘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가급적 다른 사람의 흉을 많은 이에게 전달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제품이 인간적으로 여겨질수록 해당 제품에 대한 흉을 전달하지 않으려는 심리적인 기제가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제품이 더 인간적으로 여겨질수록 해당 제품의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은 이에게 전달하려는 심리적인 기제가 작동한다. 이런 이유로 제품의 질이나 객관적인 선호도에 관계없이 비의인화된 브랜드에 비해 의인화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이 더 많이 전파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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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과거의 연구들은 소비자들이 자기표현의 한 축으로서 브랜드 의인화를 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결국 자신이 선택하고 소비하는 제품을 통해 자신의 특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길 원한다(“We Are What We Have”)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브랜드가 핵심 타깃 소비자들이 타인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내적 정체성을 분석하고 해당 정체성을 브랜드에 투영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연구는 브랜드 의인화가 이런 소비자들의 자기표현의 한 축을 넘어서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브랜드와 자신의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브랜드 자체를 인간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입소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들에 소비자와 직원이라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떤 인간적인 관계를 느끼도록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 이승윤

    이승윤[email protected]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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