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빈집’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부동산 회사와 벤처기업들도 빈집을 활용한 새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빈집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유료로 정보를 판매하거나 빈집 주인과 수요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으며 빈집을 해체하는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한 기업도 생겼다. 부동산 회사들은 빈집을 별장, 공유 키친, 차고 등으로 지역의 수요에 맞게 개조하고 있고, 일반 회사들 역시 홍보 마케팅이나 지역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의 일환으로 빈집을 임대 혹은 매입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빈집의 양산은 한국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려면 일본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빈집, 이어지는 법 개정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지방에는 고령자만 남는다. 고령자가 사망하거나 요양원으로 들어가면 그 집은 방치된다. 최근 일본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도 바로 ‘빈집(空き家, 아키야) 문제’다. 지방에 있는 오래된 집을 상속받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을 해체하는 데도 최소 200만 엔(한화 약 18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이 더 많다. 일본의 빈집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뿐만 아니라 부동산 회사와 벤처기업들도 빈집 관련 영역에서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있다.
일본의 빈집 수는 2018년 기준 850만 채로 전체 주택의 약 14%를 차지한다. 이는 3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빈집은 주로 고령 주인이 사망하거나 간병 시설에 들어간 후 방치되면서 생겨난다. 일본의 경우 신축 매물의 인기가 높고 중고 주택의 유통 비율이 유럽과 미국보다 낮은 편이라는 점도 빈집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람은 줄고 신축 매물은 늘고 있기에 빈집은 앞으로도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빈집은 방치하면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땅값을 떨어뜨리고 마을의 치안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부터 빈집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명시한 빈집 대책 특별조치법(空家対策特別措置法)을 시행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다. 법의 개정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빈집 소유자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늘리는 방향이다. 관리 상태가 좋지 않은 빈집의 고정자산세를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조치다. 둘째, 빈집의 활용을 촉진하는 방향이다. 2023년 일본 정부는 법 개정안에 빈집 소유주가 건물 용도를 쉽게 바꿔 이용할 수 있는 ‘촉진 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촉진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재건축이나 용도 변경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법이 개정되고 있는 동시에 일본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빈집 은행 (空き家バンク)’도 운영하고 있다. ‘빈집 은행’은 일종의 빈집 데이터베이스로 빈집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주고 빈집의 주인과 구매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