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자 여행하는 ‘혼행족’이 늘고 있으나 수도권 밖 여행지에선 2인분 이상의 주문을 요구하는 백반 형식의 식당이 일반적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맛과 향취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짓수의 요리를 한번에 내어주는 것은 식당 입장에서 품도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지만 그 안에는 환대의 뜻이 숨어 있다. 그러나 환대의 방식 또한 고객의 변화에 맞춰 조금씩 개선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타파스바와 일본의 타치노미 등 혼자서도 여러 종류의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힌트가 될 것이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나물이나 김칫거리를 다듬고 있는 모습은 소도시 버스터미널 근방의 백반집 앞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중 하나다. 만들어진 반찬을 쉽게, 또 비싸지 않은 가격에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시대인 데도 여전히 손으로 일일이 다듬는 과정을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투입되는 인력 대비 생산성이나 이익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도록 손에 베인 습관 때문일까? 아니면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고집 때문일까? 혹은 으레 사장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력비를 따지지 않으면 직접 하는 편이 더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기본 주문이 2인분이라 포기하고 나왔어요.”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갔는데도 혼자라고 하니까 눈치를 엄청 주더라고요.” 한편 지도 앱 리뷰나 여행 후기를 담은 블로그 포스팅에서 이와 같은 반응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반적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혼자 하는 식사가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체감상 다시 어려워진 듯하다. 특히 지역에 따라 편차가 발견된다.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대학가 인근에서는 ‘2인분 이상’이라는 전제가 달린 메뉴보다 1인분을 파는 식당이 많고 좌석 또한 그에 맞게 구성돼 있지만 수도권을 벗어나면 상황은 꽤 달라진다.
위의 두 장면은 언뜻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품이 많이 드는 밥상과 혼밥 경향은 각기 다른 선상의 이야기인 듯하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접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보면 말이다.
필자는 미디어문화연구자다. 맛있는 걸 먹기만 해서는 치솟는 엥겔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겨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 『AI와 더불어 살기』 등을 함께 썼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하는 『한류백서』에서 ‘음식한류’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