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 ‘푸디버스(Foodiverse)’ 코너 연재를 시작합니다. 푸디버스는 열정적인 음식 소비자를 지칭하는 ‘푸디(Foodie)’와 ‘세계(Universe)’를 합친 말입니다. 미디어문화를 연구하는 푸디 강 전문연구원과 함께하는 미식 세계 탐험에 DBR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현재 미식은 거대한 산업의 일부이자 미디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습니다. 미식을 미디어와 대중문화 관점에서 분석하며 미식이 가진 문화적·산업적 파급력과 가치를 소개합니다.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맛집’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플루언서의 광고 효과를 기대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업주들은 막대한 온라인 마케팅 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3~9월만 영업하는 남원의 냉면집, 금요일만 문을 여는 구례의 순대국밥집 등 판매를 제한하면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맛집들도 있다. 현대적인 마케팅 믹스 관점에서 이러한 맛집들은식당 종사자들이(People)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교한 수급 계획을 세워(Process) 고객에게 실질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Physical Evidence)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분별한 마케팅 전략이 팽배하는 지금의 미식 업계에선 마케팅 문법에서 벗어나는 디마케팅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푸드 인플루언서가 띄워주면 맛집이 된다. 여러 인플루언서가 집중적으로 포스팅을 하면 이름 모르던 식당도 어느새 맛집이 돼 있다.”
지난 2월 말, 맛집을 소개하고 직접 요리도 하는 유명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푸드 인플루언서와 맛집 간의 공조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인플루언서의 광고 효과에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실제 가보면 맛집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는지와 별개로 평범한 식당이 ‘맛집’이 되는 과정에 대한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음식점 마케팅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단 푸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외식업에 있어 마케팅은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배달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층 세분화된 마케팅 기법이 일상을 파고든 것도 한몫했다. 블로그나 업체 등록 서비스에 리뷰와 별점 등을 관리하는 방식에서부터 인플루언서의 채널을 통해 광고성 포스팅을 올리는 방식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골자는 음식점과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생성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 있다. 그럼으로써 업소 홍보는 물론 이벤트를 알리거나 팔로워와 같은 잠재적인 관심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디어문화연구자다. 맛있는 걸 먹기만 해서는 치솟는 엥겔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겨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 『AI와 더불어 살기』 등을 함께 썼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하는 『한류백서』에서 ‘음식한류’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