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기업이 참여하면서 워케이션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여행 업계에서는 워케이션 근로자를 타깃으로 한 주거 구독 혹은 호텔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지방에 직접 위성 오피스 등의 워케이션 시설을 설치하거나 워케이션 가능한 호텔과 계약을 맺는다. 와카야마현과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워케이션 시설을 구축하고 지방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들의 워케이션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처럼 일본은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조직적으로 협력해 워케이션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긴 노동시간에서 비롯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혁’이라는 캠페인을 추진했다.11일본의 장시간 노동 문제와 일하는 방식 개혁과 관련해서는 DBR 253호 ‘30년 전 근로시간 줄인 일본, 부작용 극심. 핵심은 시간이 아닌 근무 체계 혁신’을 참고.
닫기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 워케이션 제도였다. 일본 정부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기업들에 워케이션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은 워케이션 제도를 공식적으로 신설해 직원들이 휴가지에서 업무를 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워케이션 제도는 쉽게 정착되지 못했다. 한 예로 일본항공(JAL)은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 제도를 2017년 도입했지만 2019년 이용자 수는 247명에 불과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휴가 중에도 일을 시키기 위한 구실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업무 방식과 문화가 유연하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된 제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에서도 코로나 이후로 워케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항공처럼 워케이션 제도를 만들어 장려하지 않아도 리모트 근무가 확산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연스럽게 워케이션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며 워케이션을 둘러싼 시장이 탄생하고 있다.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