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에서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던 리테일 점포와 의류 브랜드들이 ‘온라인 접객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실물 확인을 한 뒤 구매할 수 없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격 상담 등의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미쓰코시 이세탄, 어패럴 업계에서는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등이 오랜 기간 접객을 담당한 직원들을 상담에 참여시키고 고객 니즈에 맞춘 상품을 제안하도록 하면서 기존 판매원의 영업 역량을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업이 직접 고객에게 정보를 발송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시대를 넘어 이 같은 상호작용에 ‘사람’이 개입해 고객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P2C(Person to Consumer) 시대로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편집자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도쿄나 일본 내 새로운 상업 시설이 오픈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서 비즈니스 트렌드를 엿본다는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가 ‘일본 비즈니스 트렌드 돋보기’를 연재합니다. 이웃 나라의 최신 소비재와 리테일 산업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접대, 환대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진심을 다해 손님을 대하는 일본 특유의 서비스 마인드와 세심함을 일컫는 단어다. 일본 여행을 다녀본 사람은 호텔이나 전통 여관뿐 아니라 리테일 점포에서도 유난히 친절하고 꼼꼼하게 접객을 하는 판매 직원들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쇼핑의 주 무대가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며 오프라인 점포가 고전을 겪는 지금, 일본에서는 오모테나시 정신을 대표하는 ‘접객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 접객 서비스는 고객이 온라인상에서 판매원을 만나 화상으로 약 30분∼1시간 정도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1대1로 접객을 받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본에서 이렇게 온라인 접객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까닭은 온라인 판매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와 어려움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다양한 산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던 리테일 점포와 어패럴 브랜드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온라인 몰 운영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가 적을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구조 및 보상 체계가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실물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인터넷에서 옷을 구입한 후 실제로 받아보니 사진에서 본 느낌과 달랐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전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의 오프라인 점포들은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 접객 서비스’를 적극 시행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접객 서비스에 뛰어든 리테일과 패션업계
먼저 코로나19 확산 후 오프라인 매출이 뚝 떨어진 백화점과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온라인 접객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일본 백화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온라인 접객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곳은 바로 미쓰코시 이세탄백화점이다. 미쓰코시 이세탄은 신주쿠점의 모든 제품에 대해 온라인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점포부터 먼저 신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의류, 시계, 보석, 와인 등 총 14개 카테고리의 200여 개 브랜드, 총 100만 품목의 상품을 판매 점원과 상담하면서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우선 점원과 채팅을 통해 쇼핑의 목적, 취향, 예산 등을 알려주고 상담을 예약한다. 그러면 이세탄에서 오랜 기간 판매를 담당한 직원들이 직접 사전 채팅을 바탕으로 상담을 준비한다. 어떤 질문이 오더라도 기대 이상의 답변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3시간 이상 공들여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