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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의 Sports Review

신체 접촉 많은 NBA ‘코로나 0’의 비결

김유겸 | 309호 (2020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올해 10월 시즌을 끝낸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7월 말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선수 및 구단 관계자, 운영 요원 8000여 명 중 단 한 명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체 접촉이 많은 농구는 스포츠 경기 중 전염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라 우려했던 종목이다. NBA는 지난 3월11일 시즌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스포츠 리그나 이벤트는 물론, 대부분 정부 조직이나 기업보다 앞서 전면 중단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2000억 원을 들여 특별 격리 지역까지 조성했다. 수입도, 관중도 사라진 위기의 순간에 NBA가 가장 먼저 화두로 삼은 것은 사람과 공동체였다. NBA의 성공적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백악관의 실패를 분석, 비교하면 기업과 조직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넘어서기 위한 핵심 위기관리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0’. 올 시즌 NBA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을 보여주는 숫자다. 얼마 전 끝난 NBA 시즌에서 최고의 업적은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클 조던과 동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MVP에 4번 뽑힌 것이 아니었다. 르브론 제임스가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승(161승)과 최다 득점(7491점) 기록을 세운 것도, 야니스 안테토쿤보가 2년 연속 MVP와 올해의 수비수 상을 동시에 거머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NBA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했던 NBA 시즌을 살려 완주한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NBA는 올해 7월 말 플레이오프 순위 결정을 위한 정규 리그 마무리를 시작으로 10월 중순 챔피언 결정전까지 선수 포함 8000여 명 구단 관계자, 운영 요원 중 단 한 명도 확진자 없이 모든 경기를 무사히 치러냈다. 가까운 신체 접촉이 많은 대표 ‘콘택트 스포츠’인 농구는 경기 중 가장 전염 가능성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게다가 같은 기간 하루 평균 5만 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대통령도 코로나를 피하지 못한 미국에서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스포츠팀과 조직들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봤고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등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NBA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바꾸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반면, 전 세계적 재난을 맞아 미국 행정부는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와 최악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를 피해 미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KBO 외국인 용병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위기관리 실패는 바닥이 없음을 증명하는 예다.

NBA의 성공적 위기 극복과 미국 트럼프 백악관의 실패를 분석, 비교하면 기업과 조직이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넘어서기 위한 핵심 위기관리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1. 위기를 맞았음을 인정하라

저서 『총, 균, 쇠』로 유명한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가 최근 저서 『대변동』에서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미래로 나가기 위해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이다. 위기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위기를 몰고 온 사건이 언제, 어떻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다. 코로나19처럼 사상 초유의,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일 때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상황이 불확실할 때 인간은 당장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한 쪽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황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때까지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대응을 미룬다.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는데 사람들을 쓸데없이 불안하게 하고,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과 현실 회피가 인간 본성이며 이를 넘어서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임을 다이아몬드는 간파한 것이다. 즉, 제일 먼저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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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기관리의 출발점에서 NBA 커미셔너 애덤 실버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NBA는 지난 3월11일 시즌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NBA를 포함한 스포츠의 미국 내 문화적, 산업적 중요성, 그리고 당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전반적 인식 등을 고려하면 예상 밖 결정이었다. 미국 내 대다수 주에서 각종 행사, 모임, 집합 제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시즌 전면 중단은 당시엔 결과를 알 수 없는 모험이었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 과정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100만 명이 넘는 NBA 팬들이 경기장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NBA의 단호한 대응은 이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NCAA(전미 대학체육협회) 농구 챔피언십 토너먼트(March Madness), NHL(북미 아이스하키 리그), 그리고 MLB(메이저리그 야구) 중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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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겸[email protected]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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