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은 조직 내 차별적, 폭력적 행위의 연장선상이다. 정신분석학 분석에 따르면 조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권력자인 이른바 ‘슈퍼스타’들은 이러한 잘못된 행동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더 높은 지위와 혜택을 누릴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조직 내 슈퍼스타들이 유독 성폭력 사건에 자주 연루되기도 한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권력자들이 권력을 오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계속해서 되물어야 한다. 동시에 조직도 이들의 잘못된 행동이 이들이 조직에 기여하는 성과와 상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본 ‘고성과자’의 성폭력
업계에서 그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저명인사였다. 그가 손을 대는 일마다 크게 성공했고, 그의 영향력이면 무엇이든 하지 못할 일이 없어 보였다. 업계 전체를 평정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업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성폭력 사건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권력 구조상 하위에 있는 여성에게 수치심을 주는 성적 발언과 강제적인 신체 접촉을 했고, 여러 해에 걸쳐 누적됐던 그 문제 상황은 용기 있는 소수의 폭로로 업계에 알려졌다.
위 단락을 읽으면 어떤 업계가 떠오르는가? 각자 자신이 보거나 들었던 여러 사건의 조합으로 누군가, 혹은 어떤 업계의 사건이 떠오를 것이다. 그 업계는 어쩌면 문화예술계일 수도 있고, 종교계, 체육계, 혹은 학계, 또는 기업이나 정치계일 수도 있다. 어떤 업계를 대입해도 사실 다 의미가 통할 정도로 성폭력으로 문제가 돼 업계에서 축출된 ‘그’라는 존재는 어쩌면 산업 전반에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른바 조직에서 말하는 ‘슈퍼스타’다. 고성과자(high performer)이며 다른 사람보다 특출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다. 이런 슈퍼스타들이 성차별, 성폭력 사건을 일으켜 조직에 큰 해악을 끼치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을 주변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너무 자주 접한다. 슈퍼스타들은 왜 이런 문제로 타락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런 문제를 개인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전에 ‘슈퍼스타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단지 성 관련 사건들뿐인가?’라는 질문부터 살펴보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아니요’이다. 슈퍼스타들이 갖는 왜곡된 자의식은 성폭력 문제뿐이 아니다. 조직의 많은 부분에서 이기적이고 둔감한 행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상하관계의 갑질로 나타나기도 하고, 상대의 고충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거나 자기 위주로만 상황을 해석하는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한 자기중심성은 경미할 경우 꼰대 논란으로 회자되지만 심각할 경우에는 도덕적 해이로 조직을 흔든다.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