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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코로나19 위기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과거 매뉴얼 아닌 ‘새로운 지도’ 필요
확실성-연결성-창의성 활용해 소통하라

Article at a Glance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원칙 ‘3C’

1. 불확실성 안의 확실성(Certainty) 만들기
안 좋은 전망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시나리오를 제시해 대응책을 마련하며 소통의 빈도를 늘리기
2.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되 연결성(Connectivity)은 강화하기
비디오를 적극 활용해 대면 소통에 힘쓰고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규모로 ‘오피스 데이’ 운영하기
3. 창의성(Creativity)을 활용해 소통하기
로고 M자 중간을 벌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한 맥도날드 브라질처럼 기업의 특색을 창의적으로 살려 메시지를 전달하기


“대한민국은 이길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말과 4월 초 국내 한 금융 기업은 신문에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는 의료진, 공무원, 소상공인, 환자들을 향해 “그동안의 모든 고난도 결국 이겨냈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독자들도 이런 광고를 최근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광고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과연 사람들은 광고를 보고 위로와 힘을 얻었을까? 1

필자는 지난 2∼3월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업의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관찰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코로나19를 ‘또 하나의 재난’ 정도 여기며 과거 ‘하던 대로’의 유형을 답습하거나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로 간주하고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고민하며 실험하는 경우다. 이 위기를 잘 넘기더라도 세상은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비서실장과 시카고 시장을 지냈던 람 이매뉴엘은 “심각한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처칠의 말을 반복하면서 “이전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야 할 기회”가 위기 안에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리더들은 이 위기 상황이 비즈니스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방식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위기를 구분하는 기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해당 기업의 책임(respon-sibility) 여부, 위기의 심각성(severity) 수준과 새로움(novelty)의 정도다. 현재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기준은 새로움이다. 바이러스나 마땅한 치료 수단이 없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과 일터의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 때문이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오랜 기간 집에 머물며 원격으로 일해야 할 수도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퍼트리샤 지아노티 박사(Dr. Patricia Gianotti)는 최근 필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바이러스를 ‘선생(teacher)’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바꾸고 있는 새로운 현실은 싫든 좋든 우리에게 조직 경영 전반에 대해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해보라고 ‘가르치고’ 있다. 앞서 소개한 광고는 이번 바이러스를 일부 기업이 과거와 같은 ‘또 하나의 위기’로 바라보고 ‘관습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 위해 예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선생’으로 삼아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방법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크게 확실성(Certainty), 연결성(Connectivity), 창의성(Creativity)으로 이뤄진 ‘3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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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안의 확실성 만들기

모든 위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의 증가다. 많은 리더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소통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과연 그럴까? 이런 경우 리더는 ‘불확실성 안에서의 확실성(certainty within uncertainty)’을 소통해야 한다. 말장난처럼 들리는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국내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대처와 신뢰감 있는 브리핑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국가적인 대처에서 우리보다 한발 늦은 미국 내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의 브리핑은 불확실성에서의 확실성 추구가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쿠오모 주지사의 3월31일 일간 브리핑 내용 중 일부다.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습니다. 저는 이것(바이러스)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뭘 알겠습니까?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저는 의견을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전문가와 이야기하고 잘 아는 사람들의 말을 따릅니다. … 중요한 전쟁터는 (바이러스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산에 올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중요한 전투는 산 정상에서 열립니다. … 우리는 현재 산 정상에서 전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우리 모두 불안합니다. … 오랫동안 안 좋은 소식들이 있어왔지요. 모든 사람은 한 가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언제 끝날 것인지 말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 가설을 세우고, 예상을 하고,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 이것은 확실합니다.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정점이 14일에서 23일 후라면 그게 우리의 정점이 될 것입니다. 정점을 찍고 나면 산의 건너편을 내려와야 합니다. 따라서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실망하지 않도록 여러분 스스로와 기대치를 조정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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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서 확실성 추구에는 양극단이 있다. 이 관점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은 트럼프 대통령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는 완강한 현실을 대면할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그는 틀렸다’2 라는 보도를 통해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은 괜찮을 것이며 모든 것이 잘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위기 상황에서 ‘잘못된 확실성’을 전달하는 안 좋은 사례의 대표적 예다.

반면 쿠오모는 위기 상황에서 불확실성 안의 확실성을 추구하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데 세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리더 자신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며, 비록 안 좋은 전망이나 소식이라 하더라도 헛된 희망을 심어주기보다는 이를 전달해 사람들 역시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워런 베니스와 노엘 티시는 『판단력』에서 리더의 위기 판단력을 언급하면서 상황을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실제 올해 많은 기업의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곳도 많다. 기업의 리더는 직원들로부터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때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물론 정말 그럴 계획이 없다면 확실하게 이야기하며 직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예컨대, 글로벌 PR 회사인 에델만의 리처드 에델만 대표는 내부 브리핑을 통해 전 세계 직원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직원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할지, 그 여부가 확실치 않은 경우는 어떨까? 많은 리더는 답변을 하지 않거나 “현재로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이 없습니다”라는 판에 박힌 말을 생각할 것이다. 이와 관련, 『명성경영전략』의 저자이자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헬리오 가시아는 “최종 결정에 아직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직원 보호를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제안한다.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실행하면서 직원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보다는 처음에 가능성과 입장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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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email protected]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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