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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애널리스트 육성법

HR 애널리스트 역할은 ‘혁신 연구소’
분석 결과를 스토리텔링할 수 있어야

조영찬 | 271호 (2019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HR 애널리스트는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최근 데이터 분석의 적용 분야가 ‘사람’으로 확대되고 HR 애널리틱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HR 애널리스트가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HR 애널리스트는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HR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역량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육성을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커뮤니티의 활용이 필요하다.


HR 애널리스트는 누구인가?
HR 애널리스트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할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HR 애널리스트를 대중에게 알린 구글의 피플 애널리틱스팀의 직무기술서를 참고하면 HR 애널리스트의 업무와 자격 요건을 알 수 있다.

HR 애널리스트는 회사 내부의 혁신 연구소 역할을 한다. 분석적 접근법을 활용해 조직이 계속해서 일하기 좋은 장소가 되도록 만든다. HR 애널리스트 조직은 연구 경험이 있는 사회과학자들로 꾸려지며 실험하고, 조사하고, 연구해 사업의 의사결정에 기여한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지원한다. 또 구성원의 피드백을 활용해 단순히 조직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더 잘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한다. 실질적으로 양적·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며 ‘만약 그렇다면?(What if?)’이라는 궁금증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 HR 본연의 기능인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을 채용하고, 조직 내에서 성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최소 자격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 통계학,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양적 연구 관련 학사 학위 또는 동등한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 데이터 이슈 확인, 전처리, 병합 같은 기업의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있으면 HR 애널리틱스를 구현할 수 있다. 상관관계, 회귀분석, 요인분석, t-검정, 분산 분석 등 비즈니스 데이터를 사용해 통계 분석 및 가설 검정을 수행한 경험이 있으면 좋다.

구글의 피플 애널리틱스팀은 HR 애널리스트의 선호 자격으로 통계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R, SPSS, STATA 중 하나 이상의 언어를 사용한 경험이나 데이터 시각화를 활용한 경험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SQL을 사용해 데이터를 정리한 경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프로젝트를 관리한 경험, 급변하는 환경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선호 자격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나 내부 컨설팅, 고객 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 기술 보유 등이 있다.



HR 애널리스트의 육성은 왜 필요한가?
데이터 분석의 적용 분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과학자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외 대학들은 앞다퉈 인공지능·빅데이터 전공 학과와 대학원을 신설하고 인재 육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학, 통계학, 산업 및 시스템 공학,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인재들은 각 학문의 강점과 특성을 살려 인공지능 전문가 또는 데이터 분석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을 통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은 이미지, 영상, 음성, 자연어 처리 분야를 중심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연구자와 실무자가 교류하며 적용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DBR mini box: HR 애널리틱스 용어의 개념

HR 애널리틱스는 용어를 사용하는 주체와 정의에 따라 피플 애널리틱스, HR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HR 애널리틱스와 피플 애널리틱스가 자주 혼용되고 있다. HR 애널리틱스가 전통적인 인적자원 개념만 포함한다는 비판적 관점에서 피플 애널리틱스를 더 확장된 의미이자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생각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적자원(HR)과 사람(People) 데이터 분석은 성장이 더딘 편이다. 많은 HR 조직이 전통적인 통계 분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최신 이론과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HR 애널리스트의 확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은 비단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HR 리더 제이슨 겔러(Jason Geller)는 HR 애널리스트의 부족은 HR 분야에 있어 데이터 분석이 비교적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수의 HR 애널리스트를 채용하고 조직 내의 기존 구성원을 훈련하는 것이 HR 애널리틱스의 성공을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HR 애널리틱스를 처음 도입하는 시점에는 분석가, 또는 데이터 과학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글과 같이 성숙한 HR 애널리틱스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은 조직이라면 인재 확보가 훨씬 더 어렵다. 경영 컨설팅 업체 케네디 피치(Kennedy Fitch)에 따르면 HR 애널리스트를 확보했다고 해도 HR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지 않았던 분석가라면 오랫동안 HR에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사람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에는 관심 있지만 HR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HR 애널리틱스의 도입과 적용, 성숙을 위해서는 HR 내부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

딜로이트컨설팅의 글로벌 인적자원 트렌드(Global Human Capital Trend, 2018)는 구성원의 데이터(People Data)를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85%에 이르는 데 비해 준비도는 4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분석가의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HR 연구기관 버신딜로이트의 조시 버신(Josh Bersin)은 칼럼에서 HR 애널리스트 부족 현상을 언급했다. 그는 HR이 훌륭한 분석 도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HR 애널리틱스팀을 이끌 전문가와 데이터 관리, 통계, 시각화, 조직 설계 역량을 갖춘 HR 애널리스트의 부재라고 분석했다. HR 애널리스트의 확보는 HR 애널리틱스의 성숙도에도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HR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HR 애널리스트에게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The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와 영국의 고용연구소(IES, Institute of Employment Studies)에서는 HR 애널리스트의 역량을 각각 [표 1]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HR 애널리스트는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이자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 조직 내 이해관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HR 애널리틱스를 통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석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역시 HR 애널리스트의 핵심 역할이다. 분석의 결과를 단순한 숫자로 제시하는 것이 아닌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에는 데이터 분석 그 자체가 아닌 본질적 목적과 목표, 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래는 데이터 과학 교육 온라인 플랫폼 ‘DeZyre’의 칼럼 ‘왜 데이터 과학자는 좋은 스토리텔러가 돼야 하는가?(Why data Scientists need to be good Storytellers?)’에 언급된 내용이다.



데이터 과학자가 데이터로 스토리텔링하기 위한 프로세스
1. 핵심 문제를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한다.
2.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3. 데이터에 기반해 다양한 관점에서 실증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 고객의 관점, 제3자의 관점, 의사결정자의 관점, 공급자의 관점 등이 필요하다.
4. 초기 가설을 세우기 전, 어떠한 장애물이 있을지 예상해야 한다.
5. 제시된 해결책이 미칠 비즈니스에서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 청중에게 끌리지 않는 스토리는 의미 없다.
6.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해야 한다.




데이터 스토리텔링 핵심 포인트 3가지
1. 조직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소로서 데이터를 이야기해야 한다.
2. 데이터로부터 통찰력을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화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3.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데이터에 대한 의문을 유지하고 프로젝트를 반복해야 한다.


분석 대상이 되는 구성원과의 상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자칫 HR 데이터를 숫자와 텍스트로만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그러나 HR 애널리스트는 분석을 통해 다루는 데이터는 실재하고 살아 있는 구성원 개개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데이터에 담긴 무게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분석이다. 데이터 분석은 HR 애널리스트를 다른 HR 전문가와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데이터 분석에는 수학 및 통계 지식 필요하며 최근에는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 도구 스킬(프로그래밍)이 요구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HR 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셀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크기였다. 엑셀과 같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Graphical User Interface) 프로그램은 높은 편의성과 직관적인 기능 사용으로 데이터 분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HR에서 다뤄야 하는 데이터의 크기가 기가바이트(메가바이트의 1024배), 테라바이트(기가바이트의 1024배)에 이르기도 한다. 엑셀로 다룰 수 있는 데이터 크기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숫자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시기도 도래했다. 무엇보다도 기존 도구로는 머신러닝의 다양한 최신 알고리즘을 빠르게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분석 모델의 관리도 어렵다.

HR 애널리스트에게 필요한 데이터 분석의 역량은 전통적인 연구자와 유니콘의 범위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 벤 다이어그램의 중앙에 표기된 유니콘은 많은 경우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데이터 분석 도구에 대한 논의
엑셀, SPSS 등 통계분석 도구는 오랫동안 HR 직무에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들은 이른바 빅데이터의 등장과 머신러닝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며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엑셀이 최대로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는 104만8576행과 1만6384열이며 SPSS는 저장 공간의 용량에 따라 거의 무제한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최신의 모델을 빠르게 적용하기 어렵다. 데이터 과학의 생태계는 파이썬(Python) 또는 R과 같은 스크립트 언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엑셀로 5분 만에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표 작업이나 산술 통계 계산을 굳이 코드를 입력하며 수행할 필요는 없다. 상관관계로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를 굳이 머신러닝으로 분석할 필요 또한 없다. 그러나 ‘통계’를 넘어 데이터 분석 또는 데이터 과학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 파이썬, R과 같은 언어의 습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어느 언어가 데이터 분석에 가장 유용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그러나 언어마다 강점이 명확하고 많은 알고리즘과 기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언어를 선택하든 데이터 분석에는 문제가 없다. 대개는 소속 조직과 업무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선택하거나 자신에게 더 친숙한 언어에서 시작해 다른 언어까지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HR 애널리틱스를 위해 R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R은 데이터 분석을 위해 탄생한 언어이며 다양한 통계분석 및 시각화 패키지를 지원한다. R과 파이썬 모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커뮤니티가 사용자의 학습을 돕고 언어의 발전을 주도하는데 R의 경우 HR 전문가와 통계학자들이 다수 참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인공지능·머신러닝 전문가를 지향하거나 개발에 관심이 많다면 R보다는 파이썬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계와 수학적 지식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의 발전 이전부터 분석을 위해 필요한 핵심 지식으로 언급돼 온 영역이다. 뛰어난 데이터 분석가들이 경제학, 심리학, 통계학, 응용수학, 공학 등을 전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본적인 상관관계 분석부터 머신러닝 같은 고급 수준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통계와 수학이 사용된다. 특히 머신러닝은 선형대수와 미적분의 이해가 필수다. 분석 모델은 통계와 수학 없이 설계할 수 없다. 모델을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은 가설을 세울 수 없다는 의미이자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모델을 가져다 쓰는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만들어져 있는 모델로도 충분히 훌륭한 분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수준을 HR 애널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HR 애널리스트 교육 프로그램
1. HR 직무 육성 체계
필자가 소속된 연수원은 그룹 차원의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사업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직무 역량 강화를 핵심 역할로 수행하고 있다. HR 직무 대상 교육은 2002년 교육 체계를 완성했다. 이를 ‘HR대학’으로 명명했다.

HR대학은 경영 환경과 HR의 역할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매년 실시하는 개별 프로그램 역시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HR의 세부 직무와 경험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림 3]은 이러한 원칙이 반영돼 있는 HR대학의 전체 교육 체계다.

2. HR 애널리틱스 교육 프로그램의 진화와 발전
데이터 분석 능력은 HR대학이 처음 설립되는 시점부터 필수 역량으로 강조돼 왔다. 2002년 ‘HR 조사통계’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HR 애널리틱스 교육 프로그램은 연구 방법론과 분석 도구의 변화에 발맞춰 왔다. HR 조사통계 프로그램은 설문을 설계하고 이에 대한 응답 결과를 분석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조사방법 및 조사설계(설문), 측정 및 자료수집, 통계분석 및 결과해석에 대해 이론 강의와 실습을 병행했으며, 분석 도구는 미니탭(Minitab)을 사용했다.



통계 분석 프로그램인 미니탭은 공학, 사회학, 심리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었으며, 특히 제너럴일렉트릭(GE)의 식스시그마 경영이 도입되면서 현장에서 널리 주목받는 분석 도구였다. 미니탭은 식스시그마를 위해 필수로 학습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이미 사용에 능숙한 구성원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HR 조사 통계 프로그램 참가자는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HR 업무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안목을 갖게 됐으며 실제 현업의 이슈에 대한 설문지를 직접 작성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데이터 분석의 기본기를 습득하게 됐다.

2012년에는 SPSS(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를 분석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품질관리 분야에 특화된 미니탭에 비해 SPSS가 사회과학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기능과 모듈을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실습을 위해 프로그램의 일정 역시 3일에서 4일로 확대됐다. 2010년대 조사 통계 프로그램의 특징은 실제 사례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교육 참가자는 실제로 실시됐던 리더십과 조직문화 등의 서베이 결과를 분석하며 이론으로 학습한 다양한 통계 검정 방법론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2016년에는 ‘HR 애널리틱스’로 15년 만에 프로그램 명칭을 변경하며 교육의 구성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했지만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이슈가 있었다. 첫째, 프로그램의 일정이 짧았다. 통계의 기초 지식에서부터 분석 도구 습득, 분석 모델 개발과 실습까지 충분히 진행하기에 4일은 너무 짧은 일정이었다. 둘째, 습득한 분석 스킬이 HR 현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미니탭이나 SPSS 모두 고가의 유료 프로그램으로서 확보하고 있는 조직보다 그렇지 않은 조직이 더 많았다. 학습했던 분석 도구를 활용해 반복하고 숙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현업으로 복귀한 참가자는 결국 다시 엑셀 등의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됐다. 셋째, 설문 기반의 조사 통계 외의 다양한 HR 데이터와 분석 기법이 다뤄지지 않았다. 설문 분석은 여전히 HR을 비롯한 사회과학 연구 방법론에서 주로 쓰이는 기법이다.

그러나 HR 데이터는 넓은 범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개인 및 조직의 성과지표, 업무 및 e메일 시스템 사용 패턴, 텍스트 형태로 수집된 VoE(Voice of Employee)와 성과기술서 등의 분석이 요구됐다. 넷째, 데이터 시각화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HR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문제의 정의와 분석에서 끝나지 않는다. 분석의 결과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역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로 HR 직무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고 업무에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었다. HR 콘퍼런스에서는 수년 전부터 HR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가 공유됐고, HR 애널리틱스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과 기존 프로그램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이슈는 프로그램 개선의 계기가 됐다.

새로운 HR 애널리틱스 교육 프로그램은 데이터 중심의 HR 사례(Data-driven HR Practice), 데이터 과학의 기본 개념, 필수 통계 지식, 데이터 분석 도구인 R을 활용한 현업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교육 시간은 약 40시간(6일)으로 한 달에 하루씩 총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분석 프로젝트는 두 그룹으로 나눠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3. 교육에서부터 리더십 평가까지, 숫자에서 텍스트까지
교육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나름대로의 가설과 모델을 기반으로 현업에서 보유한 HR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교육훈련비와 직무 역량 및 생산성의 관계를 분석했고, 리더십의 유형에 따른 성과 향상 방안을 도출했다. 수집하고 축적하기만 했던 HR 데이터를 시각화해 경향성을 확인했으며 교육 콘텐츠의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평가했다. 기존에 다룰 수 없었던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에서 핵심 주제와 네트워크 관계를 분석하며 단순한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를 만들던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모든 교육 참가자가 자신의 결과물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R을 잘 다루거나 통계 및 연구 방법론에 사전 지식이 있던 그룹은 고급 수준의 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HR 애널리틱스를 처음 접했던 그룹은 대부분 상관관계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에 머물렀다. 분석 방법의 수준이 분석 결과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으나 몇몇 교육 참가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육 내용이 본인의 관심을 끌었고 업무 수행과 자기 계발에 도움은 됐으나 자신의 역량으로 체득하기에는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HR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돼 있지 않거나 정제된 HR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데이터 전처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도 난관이었다.

“데이터 과학의 80%는 데이터 클리닝(전처리)에 소비되고, 나머지 20%는 이를 불평하는 데 쓰인다”는 캐글(Kaggle) 창립자 앤서니 골드블룸(Anthony Goldbloom)의 말은 데이터 분석가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데이터 분석을 처음 접하는 교육 참가자에게는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장애요인이었다.


HR 애널리스트 육성 방안 - 교육 프로그램, 플랫폼, 커뮤니티
HR 애널리스틱스 교육이 종료될 시점, AI·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역량 강화 필요성이 커져 디지털 테크(Digital Tech.) 대학이 신설됐다. HR 애널리스트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테크 대학으로 편입됐고, 일정과 내용, 교육 방법을 다시 한번 전면 개선했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은 10일의 연속된 일정으로 구성해 통계 이론과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머신러닝의 기초 수준까지 충분히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HR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과 데이터 전처리에서 발생하는 장애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HR 데이터를 제공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참가자에게는 다음의 두 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다룬 데이터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HR 데이터를 현업에서 보유하고 있다면 즉시 분석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에서의 학습이 실제 역량으로 전이될 수 있다. 분석 프로젝트는 구성원 개인이 제안할 수도 있지만 소속 조직 차원에서 과업으로서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HR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시사점에 따라 앞으로 어떠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지를 제안할 수 있다. 과거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HR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 모델을 설계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석이 어려웠다는 점을 개선한 것이다.

물론 HR 애널리스트는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HR 분야가 데이터 분석에서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커뮤니티의 부재다. 반대로 데이터 과학은 분산 버전 관리 툴인 깃허브(Github)와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했다. 깃허브의 공개 저장소에서는 누구나 프로젝트와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오픈소스 라이선스 조항에 따른 것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는 더 나은 생태계와 외부 개발자와의 협업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코드를 공개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깃허브는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인 동시에 커뮤니티의 특성을 보인다. 자연스럽게 질의와 답변이 오가며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위한 논의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플랫폼과 커뮤니티에서 데이터 과학을 학습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무(無)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축적된 지식 위에 발을 딛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플랫폼과 커뮤니티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나 기하급수 조직(Exponential Organizations) 개념과도 연관성이 있다. 기하급수 조직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구글은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TensorFlow)의 소스코드도 공개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구글이 막대한 수익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보지 않는다. 조직이 보유한 내부 역량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제 일반적인 상식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HR이 오픈소스 생태계의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람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법적 책임과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구성원의 거부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석 모델을 ‘HR만의 비밀’로, 분석의 결과를 ‘드러낼 수 없는 치부’로만 취급한다면 앞으로도 HR 애널리틱스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그룹 또는 조직 내부에서부터 먼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러닝 플랫폼(Learning Platform)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HR 애널리스트로 성장하고 싶은 구성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역량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학습 콘텐츠의 성격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또 교육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같은 주제와 고민으로 모인 그룹과 지속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의 전, 중, 후로 이어지는 학습 여정(Learning Journey)이 HR 애널리스트를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HR 애널리스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
1. HR 전문가는 HR 애널리틱스 역량을 쉽게 체득할 수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HR 애널리틱스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전문 분야다. 특히 데이터 분석의 기초인 통계학은 그리 만만한 학문이 아니다. 『빅데이터, 인재를 말하다(2013, 김성준)』에 정리돼 있는 HR 애널리틱스에 필요한 통계 역량을 보면 가장 흔히 언급하는 ‘상관관계’는 통계 기초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 2]에서 더욱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기간’이다. 고급 분석(Level 4)에는 3∼5년 정도의 HR 애널리틱스 수행 경험이 필요하다.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짧은 경우 하루, 길어야 일주일 정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애널리틱스 역량을 체득하고 업무에의 적용을 통해 성과가 나길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프로그램 종료 후, 학습 전이(Learning Transfer)를 위한 분석 업무와 프로젝트 부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학습시간이 길어도 업무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공염불이 된다. ‘원래 하던 대로 하자’라는 상사 또는 동료의 표현은 HR 애널리스트로서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성장에 필요한 여러 시행착오와 긴 시간을 감내할 수 있는 조직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HR 애널리스트 육성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데이터 문화(Data Culture)다. 와튼스쿨 학장 제프리 가렛(Jeffrey Garrett)은 “리더가 과학자일 필요 없지만 이해하고 찾아내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R 애널리틱스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HR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를 확보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HR 애널리스트가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 조직에서 데이터 분석 자체보다 설득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HR 구성원 중 누구나 학습하면 HR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잘못된 인식은 누구나 HR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HR 애널리스트의 지식과 스킬은 ‘누구나’ 학습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자신의 역량으로 체득할 수는 없다. HR에서 신규 채용 직원의 직무 배치를 고민할 때 개인의 성격과 성향, 경험과 역량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당연하게 여겼던 사물과 현상의 작동 원리에 의문을 가지고, 숫자를 능숙하게 다루며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즐기는 등의 성향과 자질에 더 주목해야 한다. HR 애널리스트는 HR 전문가보다는 데이터 과학자 또는 데이터 분석가에 조금 더 가깝다.


HR 애널리스트의 육성은 선택이 아니다
HR 애널리틱스의 도입 같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톱다운(Top-down)으로 실행됐을 때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 강한 추진력과 신속함을 담보하며 장단기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R 조직 리더가 데이터 과학을 비롯한 최신 기술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사결정권자가 HR 애널리스트 확보 및 육성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HR 애널리틱스를 하나의 트렌드로 받아들여 전담 조직 구성이나 인재의 육성 및 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HR 애널리틱스의 필요성에 대해 팀원과 리더를 동시에 설득해야 하거나 실무자가 조직 전체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의사결정이 리더의 권한을 빼앗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뛰어난 직관과 축적된 경험은 여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경쟁력이다. 그러나 산업과 직종, 과업에 관계없이 누가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승자가 가려지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기에 HR 애널리스트의 육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HR 애널리스트가 단순히 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한 ‘분석가’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HR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조영찬 LG인화원 Digital Tech.대학 담당 [email protected]
필자는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빅데이터 MBA를 공부했다. LG그룹의 LG인화원에서 예비 경영자, 신임 임원, MBA, HR 직무 교육 등을 담당했다. 현재 Digital Tech. 대학에서 AI·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 교육을 맡고 있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데이터 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와 사람과 데이터에 대해 연구하는 모임을 기획·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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