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itas & Managing Yourself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은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가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저성장 기조가 세계적으로 지속되면서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인재채용 전문회사에 최고경영자(CEO) 영입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에 따라서 내부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필자에게 CEO 스카우트를 의뢰하는 기업들의 요청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기업으로 성장을 이끌어낸 업적을 갖춰야 한다. 둘째, 대내외적 포용력과 협상력 및 리더십을 겸비한 전문 경영인이어야 한다. 셋째, 업계를 선도할 전문경영인으로 능력과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요구가 전혀 과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CEO의 영입은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CEO로 보임되고 CEO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기업 이미지가 변하고 주가가 등락한다. 이런 현상은 CEO 및 임원급 인재 영입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다. 더욱이 외부에서 영입된 CEO는 기업의 내부 환경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조직의 역량을 이끌어내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외부 인사를 CEO로 선임하는 작업은 관련 업무를 아무리 많이 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CEO의 향후 성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CEO 후보자들은 빠른 성공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사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경력이 아니라 성과(Achievement)로 말하라
현재까지 거쳐온 직위와 직책의 화려함은 리더로 이룬 성과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강점으로 평가된다. 외국계 B사의 의뢰로 진행된 CEO 채용 과정은 화려한 경력을 갖춘 후보들의 각축장이었다. 필자는 K씨의 탁월한 성과에 주목했다. K씨는 다른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화려하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인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면접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줬다. B사도 K씨의 성과에 주목했고 K씨가 최종 낙점됐다. CEO의 성과는 기업의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성과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CEO의 성과는 기업에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고 개인의 실질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CEO 출신 후보들을 만나보면 잘못된 생각에 빠진 인사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전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았으니 최소한 이런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을 요구한다. 유능한 CEO를 꿈꾼다면 ‘이전 회사에서 이만큼 받았으니 이 회사에서도 이만큼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일단 버려야 한다. 기업에서 CEO에게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보상은 단순히 그가 쌓아온 경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서 발휘할 미래 역량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역량에 대한 기대감은 후보가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CEO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부터 자신만의 작품과 성과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2. 라인이 아니라 네트워크(Network)를 구축하라
직급이 올라갈수록 사람의 역할이 커지는 시대다. 그래서 최고직급인 CEO의 네트워크는 기업에 의미가 크다. CEO는 조직에서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내부 조직원들을 관리하고 기업 내부의 여러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와 미래를 향한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CEO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다른 업종과의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만들며 교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CEO의 여러 활동은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동시에 배타적 라인도 함께 포용할 수 있는 열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며 배타적 라인으로 CEO의 평가에 치명적인 문제가 남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INSEAD의 조직행동학 전공 에르미니아 이바라(Herminia Ibara) 교수는 인적 네트워크를 ‘업무적 네트워크’와 ‘개인적 네트워크’ ‘전략적 네트워크’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다. ‘업무적 네트워크’는 자신이 처한 내부업무에 도움을 주고 ‘개인적 네트워크’는 리더의 개인적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전략적 네트워크’는 새로운 사업영역과 인맥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다.
이러한 업무적, 개인적, 전략적 네트워크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3가지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CEO의 효율적인 네트워크는 직장에서 ‘수직적인 깊이’를, 사적인 만남에서는 ‘수평적인 다양성’을,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인맥에서는 ‘적절한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한 외식기업의 CEO인 A씨는 이러한 3가지 종류의 인적 네크워크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필자의 직장 후배였던 A씨는 몇 년 전부터 지역 축구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바쁘지만 토요일 아침이면 축구동아리 모임에는 빠짐없이 나간다. A씨는 동호회 활동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인적 네트워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동호회 회원들은 택배기사부터 변호사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있다. 분야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대부분 고객을 상대하고 있으며 고객의 관심을 얻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A씨는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자신의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새로운 전략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A씨의 사례는 자신의 취미생활인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적으로 또한 전략적으로 큰 도움을 얻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CEO의 인적 네트워크는 기업의 성과와 목표달성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조직의 전략달성과 연계시키는 방법을 모른다면 인정받는 리더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조건을 제시하기 전에 비전(Vision)을 제시하라
얼마 전 한 대기업 계열사의 CEO 채용을 진행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이었던 만큼 후보 모두 경력이나 역량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하지만 경영진이 참석한 최종 면접에서 이들의 승패를 갈랐던 것은 바로 새로운 비전 제시였다. 면접에서 한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물론 이 비전이 기업의 나아갈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21세기 CEO의 역할과 요건은 무엇일까. 많은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을 말하는 비전 제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유능한 리더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내부 조직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원동력으로 미래의 기업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든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나사(NASA)에 방문해서 미국인을 최초로 달나라로 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비전 제시는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창업 당시부터 모든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비전은 IT 생태계 자체를 바꾼 아이팟과 아이폰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CEO가 제시해야 할 비전에는 ‘기업의 정체성’과 ‘달성 가능한 목표’ ‘조직원들의 공통적 가치’ 등 3가지 요소가 담겨 있어야 한다. 먼저 비전은 기업 고유의 사업 영역과 본질을 흔드는 방향으로 만들면 안 된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기업의 변화를 위해 기존 방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조직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기업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어서 고객에게 불신을 줄 수가 있다. 또 비전에는 기업이 나아갈 미래의 모습과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주력 사업에서 경쟁우위 분야와 새로운 성장동력인 신규사업, 새로운 제품개발 계획 등 구체적인 사업전략이 제시되지 않은 비전은 뜬구름 같은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전은 구성원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야 한다. CEO 혼자 생각해 독단적으로 제시하는 비전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구성원들이 바라는 미래 기업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들이 열정을 끌어내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비전을 제시하기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과 생각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조직원 스스로가 비전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CEO 후보는 본인의 처우 기준을 정하기 전에 기업에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CEO에게 융숭한 혜택을 주는 기업은 없다. CEO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구성원의 잠재된 에너지를 일깨울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CEO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재 자리에서 본인의 능력을 100% 이상 발휘하며 자기계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만이 인재로 만들어진다. 준비하고 있는 인재와 준비된 인재에게 CEO의 기회도 온다. CEO와 CEO를 꿈꾸는 모든 직장인들이 필자가 제시한 3가지 제안을 활용해 자신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신중한 이직을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email protected]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그들은 어떻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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