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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 Leader Interview : 글렌 캐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조직 생태학: 사하라에는 목짧은 기린도 살았다?

김태영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조직생태학의 거장 글렌 캐롤 스탠퍼드대 교수가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 및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CEO나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게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화의 방향이 맞더라도 변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발자 우위, 블루오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소셜미디어나 태블릿PC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선발자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는데 산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후발 주자가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생존 기업의 교훈만 참조하는 것도 위험한 태도라고 경계했다. 특히 진정성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고객들은 진정성 있는 상품에 대해 15%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계에서 존경받는 학자들이 있다. 글렌 캐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그런 학자다. 그는 마이클 해난 스탠퍼드 경영대 교수와 함께 조직생태학의 세부이론을 완성한 전략 및 조직 이론가다. 캐롤 교수는 수많은 논문과 저작으로 경영전략과 조직이론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 Logics of Organization Theory: Audiences, Code, and Ecologies> 등은 캐롤 교수와 해난 교수가 함께 쓴 대표적인 조직생태학 이론의 고전들이다. 캐롤 교수는 특히 자원분할이론적 관점에서 미국 맥주산업 내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 성장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 유명하다. 인디애나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1982-2000), 콜롬비아대(2004-2006)에서는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낸 바 있으며 2000년 이후 (잠시 콜롬비아대 교수를 재직한 시기를 제외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4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에서 개최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캐롤 교수를 DBR과 이 학교의 김태영 교수가 함께 만났다.

 

어떻게 조직생태학(organizational ecology)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저는 도시 계획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시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그것을 지속하고 싶었지요. 저는 도시 계획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 학문적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스탠퍼드로 진학했을 때 도시 계획 쪽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고려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도 마이크 해난 교수와 일하게 됐습니다. 그는 조직을 특정한 방향으로 새롭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존 프리먼은 1977년 논문에서 조직생태학에 대해 처음 언급했으며 조직생태학이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지를 제시했습니다. 저는 1976년에 대학원에 진학했으니 저는 조직생태학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던 초창기부터 있었던 셈이죠. 제가 조직생태학에 끌렸던 이유는 조직생태학이 단순하게 기업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조직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특이하고 다른 분야였습니다.

 

그렇다면 1976, 1977년 당시 어떤 아이디어가 조직생태학이라는 개념에 영향을 줬나요?

사회학, 경영이론, 사회과학에서 조직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조직이 유연하며 적응력이 좋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환경, 시장, 인사, 인력의 변화에 따라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이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관리자가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해난과 프리먼은많은 연구들이 조직은 변화 가능하다는 가정에서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 왔지만 실패 사례도 종종 봐 왔다. 기존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신규 기업이 차지하는 것을 자주 본다. 잠시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직이 적응할 수 없고 변화할 수 없다고 가정해 보자라고 했습니다. 기존 가정의 정반대로 가보자는 것이었죠.

 

글렌 캐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조직변화의 성과를 설명할 때 조직변화의 내용(content)과 과정(process)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가요?

단일 조직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어떤 사람은 담배나 살찌는 음식을 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합니다. 이때 자신의 현재 상황과 목표 단계가 무엇인지는 명확합니다. 이것이 바로 변화의 내용입니다. 내용은 지금 자신의 지방 섭취량을 8주 안에 50% 줄이겠다는 것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로 가기 위한 과정이 있습니다. 그 과정이 어렵거나 너무 힘들어서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90%의 경우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더 불명확하죠. 온갖 일이 일어나고 있는 산업에 있으면서 당신의 경영 모델과 기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무엇이든 해야 하죠.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죠. 그래서 위험성이 큰 일을 할 것입니다. 성공한다면 전보다 나아질 수 있지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과정상의 어려움 때문에 도중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운동 계획이나 식이요법 계획을 실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경영자들은 언제나 변화를 주관합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창출될지는 그들도 잘 알지 못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기업의 CEO 및 조직 구조를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조직의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CEO를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고, 잘하는 기업도 있고, 그 중간에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CEO를 꼭 바꿔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몇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옛날 GE사의 호손에 있는 공장에서 했던 오래된 사회과학적 연구입니다. 그들은 와이어를 조립하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더 빨리,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작업 환경을 통제했습니다. 처음에는 통제된 조건에서 빛을 늘리자 생산성이 높아졌고, 휴식 시간을 주자 생산성이 높아졌고, 맛있는 점심을 주자 생산성이 높아졌고, 그들이 무엇을 하든 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들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빛을 낮춰봤습니다. 그래도 생산성은 높아졌습니다. 결론은 많은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면 사람들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호손효과입니다.요즘 어떤 조직에서나 표준화가 되고 기업 상황이 안정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상사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재정리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을 쓰도록 하고 어떤 일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직을 재정리하는 것이 호손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사람은 적겠지만요. 하지만 저에게 비공식적으로 그렇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있었습니다.

 

기업은 CEO나 조직구조를 자주 바꾸는 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기업체 임직원들을 만나보면 명함직책이 단기간에 자주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조직의 CEO의 위치에 있을 때 고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면 먼저 자신이 얼마나 그 위치에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생산 시설과 합병한다고 합시다. 그것은 굉장히 계산하기 쉽습니다. 계산하기 더 어려운 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비용이 아닌 문화, 유통 시스템, 소비자와 제품의 인식 등 합병으로 인한 비용입니다. 이런 것들은 별로 계산하고 싶지도 않으며 조직의 방향까지 고려해서 계산을 하면 그 비용은 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합병의 편익은 실제보다 더 긍정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First mover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블루오션 같은 신규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 경쟁이 많지 않아 성장이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생태학에 따르면 경쟁 정도와 정당성에 따라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First mover의 강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은 새 산업과 활동의 시작에 관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적 저항이 있고 first mover는 그것을 감내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늦게 그 시장에 뛰어든다면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페이스북이 first mover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전에 MySpace가 있었고 그 전에도 더 작은 기업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페이스북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곳에서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게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따라서 이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서비스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계층이 필요합니다. 저는 페이스북의 시작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제가 읽은 것을 토대로 보면 하버드와 같은 끈끈한 동창 관계를 갖고 있었던 것이 이런 종류의 열성적 지지층을 만드는 데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microbrewery의 사업자들이 은행에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은행으로 가서 사업 계획을 설명하면 은행원들은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서너 군데의 대형 양조장들이 맥주사업을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은행원들은 사업자들의 대출 요구액을 접하고서는 그건 너무 작아서 양조장 축에 끼지도 못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microbrewery 사업은 어느 누구에게도 경제적으로 전망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 2010년에 미국에는 수천 개의 맥주 브랜드와 대략 450개의 microbrewery가 성업 중이었다.)

 

태블릿 PC도 좋은 사례입니다. 제리 캐플란이라는 사람이 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이 태블릿 PC를 개발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고 저는 그가 훌륭하게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키보드가 없고 조그만 핀 하나로만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대단한 아이디어였죠. 10∼15년 정도 앞선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first mover였지만 태블릿 PC가 만들어질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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