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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s from the Past

일과 삶, 전략적 불균형이 필요하다

김용성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지식노동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자유와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막상 우리 일상은 디지털 기기의 수배망에 얽혀 있다. 전자기기의 발전과 자율 근무제의 미명하에 주 7, 하루 24시간이 업무활동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 화두가 됐다. 개인 차원의 시간관리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막상 만족스러운 균형감을 느끼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무너진 일과 삶의 균형을 복구하는 과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인가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일부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늦은 귀가시간과 가정의 불화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을 느끼며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무너진 균형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게 해법은 아니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현대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했고, 일과 삶의 균형도 불분명했던 우리 선조의 삶 속에서 그 단서가 있다.

산업화와 함께 등장해 지식사회에서 무너지고 있는 일과 삶의 경계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대체로 주거지와 농경지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식사 후 산책하는 기분으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논과 밭이 있었다. 따라서 일과 삶의 경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어른들의 일터는 어린 자녀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논에서 개구리를 잡고 밭에서 잠자리를 잡으며 놀았다. 아이들은 어른들 주위에서 놀면서 어른들이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며 자랐다. 땅과 가축의 소유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시기에 사람들은 농경지 근처에 모여 살면서 부족하나마 자신의 필요를 채워가며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19세기에 들어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은 공장을 중심으로 집단화, 규격화되기 시작했다. 농부가 자신의 생체리듬에 따라 일을 시작하고 마치던 과거와 달리, 일상은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수의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모여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일부만 담당하는 이른바파편화된 노동을 담당하게 됐다. 목적을 상실한 채 파편화된 노동은 노동량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노동자를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다음 일화는 목적의 인식 여부가 노동에 따른 피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땡볕 아래 벽돌을 쌓아 올리던 두 사람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각각 질문을 던졌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보면 모르오. 벽돌을 쌓아 올리지 않소. 더우니, 말 시키지 말고 가시오.”

첫 번째 사람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두 번째 사람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으나, 사뭇 다른 답이 돌아왔다.

저는 여기 새로 지어질 유치원의 북쪽 담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 유치원에 다닐 겁니다.”

과거 노동은 두 번째 사람이 담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이뤄졌다. 그래서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피로를 덜 느끼며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산업화 시기의 노동은 집단적으로 이뤄지고, 파편화되면서 노동자의 피로감을 급격히 높였다. 또 개인의 삶에서 일이 분리됐다

부모의 근무지에서 자녀들의 접근은 통제되고 거주지와 근무지가 멀어지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과거 농경시대에 아이들이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근로윤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없어졌다. 그러면서 가정은 일로부터 분리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됐다. 그래서 서양에서 일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대하는 관점이 보편화됐다. 동양에서는 직업을 자기 성찰 및 완성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 등 상대적으로 일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기는 해도, 일과 삶은 역시 분리될수록 좋다는 생각이 폭넓게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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