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A. 레디, 린다 A. 힐, 제이 A. 콩거
경제성장률이 2∼5%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과 달리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은 무려 40%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와 다른 개도국 시장을 성장의 축으로 여기고 있다. 기업들은 수많은 기회를 갖고 있는 데다 기대 수준까지 높은 개도국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기업이라도 이제는 인력 채용을 과거의 성공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탠더드차터드 뱅크(SCB)가 1850년대에 인도, 홍콩, 싱가포르에 진출한 적이 있으므로 아시아 인재 확보 전쟁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SCB의 중국 사업부는 수년 전 소매 및 상업 금융 운용본부를 이끌어갈 경험 많은 관리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겼었다. SCB의 글로벌 세일즈 부서장인 허먼트 미슈라는 이렇게 말했다. “관리를 맡을 정도의 나이가 된 사람들과 이전 세대의 사람들은 가난과 기회 부족 이외에는 아는 게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들이 인내심과 충성심을 갖고 좀 더 규칙적인 속도로 승진하길 바란다. 이제 이를 이룰 때다. 그들을 위한 시간이 왔다.”
본 논문을 작성한 세 명의 필자는 수십 년 동안 인재 관리 및 리더십 개발 분야를 연구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인재 확보 전쟁은 그 동안 지켜본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필자들은 최근 8개월에 걸친 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수십 명의 기업 임원진을 인터뷰하고, 20여 개 글로벌 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 목적은 신흥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었다.
필자들이 찾아낸 요소는 브랜드, 기회, 목적, 문화 등 4가지였다. 물론 이것들은 어떤 인재 시장에서도 통하는 다소 일반적인 요소들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신흥 시장에서는 이 4가지 요소가 다른 시장과는 달리 특이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개도국의 근로자들은 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개도국 근로자들도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도국 근로자들은 브랜드를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괜찮은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개인적인 출세로 이어진다고 여긴다. 특히 괜찮은 브랜드에서는 리더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기업을 설립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리더십 정신을 고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회는 개도국이든 선진국이든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어느 곳이든 기회는 도전적인 업무와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과제, 지속적인 훈련 및 개발, 높은 수준의 급여 등을 뜻한다. 그러나 신흥 시장에서 기회는 고위직으로 이어지는 승진의 기회도 포함해야 한다. 우수한 능력을 지닌 인재들이 오직 승진에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니다. 신흥 시장의 인재들은 시장의 성장 속도와 유사한 속도로 능력과 경험을 쌓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 한다.
목적을 살펴보자. 신흥 시장의 인재들은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을 높게 평가한다. 이런 기업의 구성원이 되면 자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를 재구성하는 데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직접 가난을 겪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불행한 이들을 돕는 데 관심을 쏟고,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표방하는 기업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