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규 인사 발령을 통해 팀장이 됐습니다. 회사가 신규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 팀을 구성했기 때문에 저나 팀원이나 업무에 익숙하지 않고 서로 잘 알지 못해서 서먹서먹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팀원들이 협조적인 편이라 큰 문제 없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다만, 팀에 합류한 후 얼마 전부터 신경이 쓰이는 팀원이 한 명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대기업 계열 연구소로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워라밸 개선에 관심이 많아 야근은 거의 없고 6시 통근 버스를 타고 대부분 퇴근합니다. 서울까지는 강남권은 1시간 정도 강북권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문제가 되는 이 팀원은 4년 차 정도 됐는데 평소에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5시20분쯤 되면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곧 통근 버스를 탈 것을 아는데 도대체 매일 어디를 가는 걸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별일 아니라는 듯 “아, 퇴근 전에 저녁 먹고 퇴근하려고 구내식당을 다녀왔습니다”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처음엔 잘 몰라서 그러나 싶어 “정해진 일과 시간에 밥을 먹는 건 안 된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약간 기분이 나쁜 듯했으나 알겠다고 답했으니 그런 행동은 고쳐질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그 팀원은 그 후에도 거의 매일 5시20분쯤 되면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설마 팀장 말을 무시하고 또 밥 먹으러 갔나?” 싶어 구내식당에 가보니 혼자 아이팟을 끼고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고 있더라고요. 너무 화가 나서 다시 따로 불러 경고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황당하게도 “다른 팀원들도 그 시간에 저녁 먹으러 오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본인은 집이 멀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고 퇴근하면 거의 8시에나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늦다는 겁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덧붙이더군요. “솔직히 팀장님도 담배 피우신다고 하루에 자리 비우는 시간 다 합치면 최소 20분은 넘는데 저는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앉아서 일만 하잖아요? 팀장님 담배 피는 시간은 업무 시간 아닌가요? 저는 담배를 안 피우니 그 시간 아껴서 조금 일찍 밥 먹고 퇴근하겠다는데 그게 왜 그렇게 문젠가요? 이 문제를 공론화하시겠다면 저도 흡연자들이 근무시간에 담배 핀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 버리는 것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Solution I
사연을 읽는 동안 직장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팀장이 무언가 지시하면 팀원들이 무조건 따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심지어 본인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공정성을 내세우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팀원의 모습은 낯설고 당황스러울 듯합니다. 게다가 근무시간 중에 식사하는 것을 공론화하면 팀장님의 흡연에 대해 문제 제기하겠다고 맞서니 진퇴양난이네요. 문제는 팀원의 논리가 터무니없다면 무시하거나 반박하면 되겠지만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게다가 팀장님의 약점까지 파악하고 있어서 협상력도 있는 상태예요.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비즈니스 리더십 코칭 기업 인코칭의 대표이사. 조직 내 코칭 문화 확산을 위해 직종별 직급별 코칭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문가로서 '코칭포우_끌리는 리더의 코칭 시크릿(Coaching Secret)' '슬기로운 리더생활: MZ세대 맞춤형 코칭' '애자일 성과관리' 등의 온라인 과정을 개발했다. 저서로는 「임원코칭 가이드북」 「변화의 시대에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위한 지침서, TALC」 「삐딱한 긍정직원, 삐딱한 부정직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