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부딪힌 세계 전기차 시장에 또 한번 충격을 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649만 대로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성장률 35%에 크게 못 미치는 오름폭이다. 국가별로 희비도 엇갈린다. 세계 전기차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차에 힘을 싣겠다는 의중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변화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신흥시장 내 중국 전기차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 역시 제3국 우회 수출 등의 형태로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국 대선이 전기차에 던진 질문은 2가지다. 하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가, 다른 하나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방어할 수 있는가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성장세가 둔화돼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 접어들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은 전기차 시장에 또 한 번의 충격을 줬다.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견제는 강화되고 있었다. 이 같은 견제가 과연 세계 전기차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 글로벌 전기차 시장 현황과 숨 고르기 들어간 미국 시장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가장 큰 이슈는 전기차 캐즘 문제다. 캐즘은 혁신 기술 제품이 초기에 신기술 선호가 높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소비되다가 실용적인 주류 소비자로 전환되면서 소비 증가세가 위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숫자가 입증한다. 통계적으로 전기차(EV, Electric Vehicle)라고 할 때 일반적으로 전기차라고 여기는 전기 충전으로만 구동하는 배터리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도 같이 작동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도 포함한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업체 EV볼륨(EV Volumes)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는 1419만 대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그 자체로 낮은 증가율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간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는 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전기차라 인식하고 있는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는 29.3%로 전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전기차 판매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73%에서 70%로 줄었다.
전기차의 판매 증가세 둔화는 2024년 들어 더 명확해졌다. EV볼륨이 올 상반기 실적을 기반으로 추정한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1649만 대로 전년 대비 16%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가 큰 폭으로 꺾였다는 얘기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 증가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해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6%로 크게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