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앞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현재는 10년 후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일본 요양시장의 주요 특징으로는 1) 대기업의 활발한 진출 2) 저조한 영업이익률 3) 중소형 업체들의 활약 4) 요양기관 대상 B2B 비즈니스의 성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요양시장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요양기관 업무의 비효율성과 요양 서비스 종사자 부족이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한국 요양시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한다면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20년대 중반이 되면 한국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것은 20여 년 전부터 예견돼 온,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OECD 국가 중 초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이지만 역설적으로 고령화에 대한 사회경제적 담론은 오랜 세월 외면당하며 부유해왔다. 다만 최근 4~5년 사이 초고령화한 인구 구조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큰 기대를 받으면서 정책적으로도 다양한 담론이 진행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은 여전히 이 시장을 시니어시장과 실버시장 중 무엇으로 부를지, 고객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초고령사회로의 공식 진입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사회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실버시장, 특히 요양시장의 현실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 이전에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였고 한국과 유사한 법적 제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을 선험(善險) 국가로 비교하는 것은 향후 국내에서 나타날 요양시장의 변화와 기회를 탐색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건강수명’ 벗어난 고령자가 주 고객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버시장의 ‘고객’을 정의하는 일이다. 이는 비즈니스 차원의 고객 정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 역시 정책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버시장의 고객은 정의하기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법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지만 65세 이상을 하나의 집단으로 일원화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2.7세다(남성은 79.9세, 여성은 85.6세). 65세도 노인이고 85.6세도 노인인 셈인데 둘의 나이 차이가 20세나 된다. 이들을 한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갓 태어난 신생아와 대학생을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 비즈니스와 정책을 고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시니어산업이나 실버비즈니스라고 하는 것은 0세부터 20대를 대상으로 한 산업을 MZ산업 혹은 MZ비즈니스라고 부르는 것과 매한가지다.
이진열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K팝 팬덤 서비스 ‘마이돌’을 창업해 글로벌 14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재학생 창업자 최초로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다. 마이돌 서비스 매각 후 오프라인 중심의 요양 산업을 IT와 서비스로 혁신하는 실버테크 기업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국내 최다 지점 수를 보유한 요양 서비스 플랫폼 스마일시니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설립 2년 만에 누적 투자액 123억 원을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