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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패러독스(Incentive Paradox)

몰락하는 능력주의? 약자는 좌절, 강자는 안주
리더 역량 엄밀히 검증하고 역동성 이어가야

김은환,정리=이규열 | 400호 (202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혁명에 가까울 만큼 계층이 파괴되며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기회의 균등이 이뤄졌다. 누구든 노력한 만큼 보상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은 인재들이 열심히 학습하고 일에 매진할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했으며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 신화를 이룬 이들은 동경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조직 피라미드에서 상위 직급이 부족해지고 그마저도 글로벌 테크 기업 혹은 컨설팅펌 출신의 외부 인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던 인센티브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 계층의 상향 이동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그 자리에 올라간 이들이 그에 합당한 능력을 갖췄다며 상황을 정당화한다. 이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역부족이라는 실망과 포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게임의 룰이 공평한지 고찰하면서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이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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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은 공짜가 아니다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를 열등재라고 한다. 한국에서 떠올리기 쉬운 대표적인 열등재는 ‘쌀’이다. 한국인 밥상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은 우리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줄어드는 굴욕을 겪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쌀과 함께 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열등재가 또 있다. 임금, 즉 급여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서 마치 쌀 소비가 줄 듯 여가를 희생해가며 돈을 벌고자 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급여는 소득의 일종이므로 결국 소득 자체가 열등재의 성격을 갖는 셈이다.

과거 빈곤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를 마다하지 않던 한국인의 근무 태도는 전 세계에 ‘일 중독자(Workaholic)’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 ‘대퇴직(Great Resignation)’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등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는 선진국이 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목격되는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현상이며 소득이 늘어날수록 소득에 대한 열망이 차츰 줄어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라가 잘살게 될수록 소득의 성장 속도는 줄어든다.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소득이 커질수록 그 좋은 정도도 점점 줄어든다. 따라서 소득 증대를 위해 쏟던 노력을 줄이게 되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경제 이외의 다양한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에 너무 빨리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이 빠르게 감퇴할 경우 그동안 애써 쌓아 올린 공이 와해될 수도 있다. 감속이 너무 급속하게 이뤄지면 시스템 자체가 전복될 리스크도 커진다. 경착륙의 경고벨이 울린다.

이 모든 징후의 배후에는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경향과 한국 사회의 독특한 성격이 뒤엉켜 있다. 한마디로 ‘좌절의 사회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경제는 심리’라고 말했는데 그 심리의 핵심은 인센티브(Incentive), 즉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기다. 한 사회의 이상적인 인센티브 구조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며 약자와 강자, 패자와 승자 모두에게 좌절과 포기가 아닌 분발과 도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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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환[email protected]

    경영 컨설턴트·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장

    김은환 컨설턴트는 경영과학과 조직이론을 전공한 후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25년간 근무했다. 근무 중 삼성그룹의 인사, 조직, 전략 분야의 획기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삼성 계열사 전체가 사용하고 있는 조직문화 진단 툴을 설계하기도 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 및 컨설턴트로서 저술 활동과 기업 및 공공 조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저서 『기업 진화의 비밀』로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격변기를 맞아 기업과 전략의 변화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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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이규열[email protected]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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