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법령의 변화를 보고, 사업가는 나아가 사회와 법제도 변화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법제도의 변화는 중동 국가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살펴볼 수 있는 청사진이다. 광범위한 경제개혁에 나선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관련 법령을 적극 정비하고 있다. UAE는 우주 분야 규율에 관한 연방법을 신설하면서 우주산업에 힘을 실었다. 우주청, 우주 경제특구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세계 각국의 경쟁력 있는 우주 기술 기업들이 UAE로 향하게 할 물꼬를 텄다. 가상 자산 분야에서도 규제 기관과 규정도 정비해 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왔다. 사우디는 엔터테인먼트와 관광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비즈니스 활성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에게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이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으면 아마 ‘석유’를 가장 먼저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석유에 기반한 경제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산업 다각화를 위한 경제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11UAE는 1970년대부터 경제자유구역(Economic Free Zone)을 만들기 시작해 외국 투자 유치를 통해 물류 등 관련 산업을 육성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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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2013년 비전 2021(Vision 2021)을 발표하고 건국 5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설정해 실행해왔다. 더 나아가 건국 100년을 기념하는 2071년까지 석유에 대한 의존을 지속적으로 줄여가면서 동시에 지식 기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네옴 프로젝트’는 비전 2030(Vision 2030) 정책의 일환인데 역시 UAE와 동일한 문제의식에 기초한다.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이처럼 양국은 모두 전통산업부터 첨단산업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경제개혁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UAE의 우주산업과 가상 자산 산업, 그리고 사우디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을 가장 상징적으로 웅변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산업의 변화를 법제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제5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8년부터 중동 전문 법무법인 정경(MEA lawfirm)에 합류해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법무법인 지음의 구성원 변호사(Partner Lawyer)로 국제 거래, 건설, 가상 자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