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은 감정의 급발진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리더십에 중요한 인지기능의 저하를 유발한다. 그러나 조직과 리더들은 수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적게 자고 많이 일하는 것이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며 스스로가 수면 부족에 처해 있는지 모르는 리더들도 많다. 리더들은 하루의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으로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며, 잠에 들기 위해 섭취한 알코올이나 잠을 깨기 위해 찾는 카페인 또한 수면을 망친다. 다행히 잠을 생산성의 토대로 여기며 리더와 구성원의 잠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한 조직이 나타나고 있다. 조직뿐만 아니라 리더 스스로도 자신과 조직의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숙면에 신경 써야 한다. 잠에 우선순위를 두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수면 위생을 챙겨야 한다.
승진 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한 임원을 만났다. 그는 새로운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 일 년간 다각도로 열심히 일했다. 가고자 하는 목표와 쏟는 노력에 비해 현재 맡은 조직의 모습이 너무 뒤처져 있어서 분초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워커홀릭처럼 회의를 주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지시하고, 성과물을 점검했다.
그러다 보니 그는 밤에도 도통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거나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야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잘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일에 대한 생각이 도무지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큰맘 먹고 일찍 자려고 누워도 머릿속은 말똥말똥하기만 할 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대신 낮에 못다 한 일 생각, 내일 해야 할 일 고민, 이번 분기 성과 걱정 등이 시계 초침처럼 재깍재깍 머릿속에서 돌아갔다. 잤는지, 눈만 감고 누워 있었는지 구분할 수 없는 불면의 밤들이 지속됐다. 최근에는 두통까지 생겨 더 잠을 자기가 어려워졌다. 낮 동안에도 무지근하게 머리를 누르는 두통은 자려고 누우면 본격적으로 널을 뛰기 시작해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 두통약을 찾게 만들었다.
그는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로 이렇게 더 버틸 수 있을지, 이렇게 버티는 것이 자신에게나 조직에나 필요한 일일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주 화가 난다고 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날은 더더욱 사소한 일에도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서 회의를 하다가 소리를 지른 적도 여러 번이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그에 대한 조직의 평판도 점점 나빠져만 갔다.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