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을 시작할 때는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경력 경로가 흐를수록 직장에서 이탈하며 임원 단계에 이르러서는 무척 낮은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베인이 경력 경로 구간별로 여성 인력의 이탈률을 분석한 결과, 입사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많은 여성 인력이 출산과 양육으로 직장을 떠났다. 이어 대리급, 과장급 등 주니어 리더십으로 올라갈 때도 불리한 역량 평가 및 승진 기회 부족으로 많은 여성이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 역시 여성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여성 인력의 유출을 막고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유연근무제 확대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임원 육성 프로그램 내 여성 비율 타깃 설정 ▲결과 중심의 역량 평가 확립 ▲다양성 지표 공시 의무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새는 파이프라인
경력 경로의 출발선에서 여성과 남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기업에 고용된 사원급 여성은 44%로 인구의 49%가 여성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거쳐 임원에까지 이르면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져 4%로까지 떨어진다. 경력 경로를 따라 놓인 파이프라인 어딘가가 새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클락 블리켄스타프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교육 단계에 따라 여성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새는 파이프라인(leaky pipeline)’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11Clark Blickenstaff, J. (2005). “Women and Science Careers: Leaky Pipeline or Gender Filter?” Gender and Education, 17(4), 369–386.
닫기 초기 교육 단계에서는 여학생의 비율이 높지만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며 박사후연구원, 교수 등으로 경력이 진행될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경력 경로를 따라가면서 여성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비단 STEM 학계만의 일은 아니다. 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새는 파이프라인 문제로 여성들이 이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