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AI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은 2023년 약 600억 달러 수준에서 2033년에는 약 50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폭발적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AI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병렬 컴퓨팅의 미래를 내다보고 GPU라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한 개발자를 중요시하고 고객의 고객까지 만족시키는 기술개발에 몰두하면서 불필요한 보고 대신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소통 방식을 조직 내에 뿌리내리게 해 생산성을 높였다.
반도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다. 반도체 칩 판매액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IT 기기 및 가전제품, 자동차, AI 등에 필수적으로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는 70여 년 전 처음 탄생해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기술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이때부터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차지한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은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중앙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아남반도체에 입사해 2003년까지 반도체 품질과 신뢰성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한국 1세대 팹리스 기업인 코아로직을 거쳐 2006년부터 엔비디아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수행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센터혁신실장으로 공직에 이직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위한 정책 기안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카이스트 기술사업화를 목표로 설립된 카이스트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