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인공지능법은 그 내용이 세부적이지 않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사안이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자사의 AI 기술이 이 법안에 의해 아예 금지되거나 강력 제재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헬스케어와 모빌리티 분야의 AI 기술은 인간의 건강, 안전, 기본권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략적 대처가 시급하다. 산업별 분석보다는 개별 상품·서비스 입장에서 법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기초적인 투명성 의무 등을 적극 이행할 준비에 나서야 한다. 각 규제의 실제 시행 시점을 파악해 규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드라마 ‘삼체’ AI 기술은 금지 대상인가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미국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가 큰 인기를 끌었다. SF 드라마를 좋아하는 필자도 삼체를 즐겁게 시청했다. 삼체의 중심인물 오거스티나에게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매우 선명한 카운트다운 환각11자기 눈에만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카운트다운이 보이는 환각 현상.
닫기이 증강현실(AR)처럼 펼쳐지고, 오거스티나는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신이 총괄하던 0.01미크론의 합성 고분자 나노섬유의 연구개발을 중단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자 카운트다운 환각은 이내 사라진다. 즉, AI 기술이 오거스티나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뿐 아니라 오거스티나의 특정한 결심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삼체에 등장한 AI 기술, 그러니까 심리 조작 기능까지 갖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AI 기술은 유럽연합 인공지능법상 허용될까?
필자는 한국과학영재고(구 부산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서울대 로스쿨을 마치고 제3회 변호사시험을 통과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회사팀, 방송정보통신팀을 거쳐 김·장법률사무소 TMT(방송정보통신)팀에 근무 중이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및 Wharton Business and Law Certificate를 취득했다. 주요 활동 분야는 AI, TMT, Privacy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