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자산이다. 고객상태표의 가치는 이 ‘자산으로서의 고객’을 자본과 부채로 나눔으로써 현재 매출이 얼마나 견실하고 지속가능한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도록 해준다는 데 있다. 가령 기업의 회원으로서 상품 구매 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의 식별고객은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본이 될 수 있는 데 반해 매출 이력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비식별고객은 유동성이 더 높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의 성격을 띤다. 업종에 따라 자본과 부채의 구분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렇게 정확한 매출 원천을 파악해 부채고객을 자본고객으로 전환하는 것은 고객 기반의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자산으로서의 고객
40년 이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재무 관리 및 비즈니스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 온 인튜이트(Intuit)의 창업자 스콧 쿡(Scott Cook)은 혁신 전략이나 기술 기반의 경쟁 및 재무 성과, 비용 효율화에 집착하는 기업에 “경쟁에 집중하는 대신에 고객에게 집중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수십 년간 다양한 회계 및 재무 관련 전문적인 경험을 갖춘 CEO조차 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결국 고객으로부터 창출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업에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서의 고객’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서 자산(Asset)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자산은 재무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고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치가 더욱 중요한 자원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나 부동산, 상품 재고, 유가증권 모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유형의 자산 항목 외에도 인적자원이나 지식 재산, 심지어는 고객까지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재무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고 미래의 가치 창출을 위해 투자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분야의 석학인 수닐 굽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도널드 레만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 중에서도 기업 활동을 영위하며 전방위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고객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한다.11Gupta, S., & Lehmann, D. R. (2003). Customers as assets. Journal of Interactive marketing, 17(1), 9-24.
닫기 그러나 많은 기업이 고객을 자산이라 강조하면서도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접점에서 정보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케어(care)에 집중할 뿐 정작 다른 유형의 자산처럼 고객을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고객도 재무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고 미래의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고객 케어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객을 자사가 보유한 현금이나 재고자산처럼 측정하고 이것이 기업의 재무 상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의 명언인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을 되짚어보자. 현재 기업이 자산으로서 고객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는 것은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노팅엄대 중국상학원에서 마케팅 & 비즈니스 분석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수의 정보시스템 관련 국내외 저널에서 부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있으며 수년간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에서 마케팅 및 정보시스템 관련 컨설팅을 수행했고 사외이사 및 고문으로 활동했다. 현재까지 50여 편의 논문을 국제 저명 학술지(SCI급)와 국내 학술지에 게재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데이터 기반 고객행동분석, 디지털 마케팅, 인공지능 및 로봇기반 서비스 매니지먼트다. 고객제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