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들은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를 꾸미는 일에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합니다. 이는 문제 해결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what)’, 수집해서 분석한 자료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so what)’에 가장 신경 써야 합니다. 끊임없이 what과 so what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이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기본 바탕입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이용진 서울 사무소 파트너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 직장인들의 사고 기술(thinking skill)이 미흡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맥킨지는 ‘7단계 문제 해결 프로세스(7 Step Problem Solving Process)’라는 문제 해결 기법으로 유명하다.
이 파트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 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997년 맥킨지 보스턴 사무소에 입사했으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맥킨지 실리콘밸리 사무소를 거쳐 2003년 서울 사무소로 옮겼다. 소비자 가전,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 등에서 인수합병(M&A), 성장, 기업 전략 및 마케팅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이 파트너로부터 사고의 방식을 개선하고, 효과적인 사고의 기술을 익히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한국 직장인들의 사고 기술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업무를 할 때는 항상 ‘what’과 ‘so what’의 이슈가 발생한다. what은 내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국 직장인은 대부분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즉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는지, 이 업무가 전체 회사 경영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배경에 의해, 어떤 목적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무작정 업무를 수행하는 이가 상당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So what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한 뒤 분석한 자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리해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제대로 시사점을 도출하려면 so what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자료가 담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시사점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직장인들은 수집한 자료에서 시사점을 찾는 대신 수집한 자료로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일에 먼저 매달린다. 자료를 보기 좋게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파워포인트에 치중하는 것이야말로 업무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생각을 틀에 가두는 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So what에 대한 질문을 던져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파워포인트부터 만들지 말고 워드나 한글 문서를 써 보라고 권한다. 워드로 핵심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라. 필요한 정보들을 추려 전체 스토리라인을 정리하는 게 생각을 정리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또 포스트잇이나 인덱스카드에 수집한 자료들을 모두 적어서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보라. 고객 매출, 매출 변동폭 등 모든 데이터를 테이블 위에 놓고 보면 이 자료들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 수 있다.
맥킨지에서는 도제식(apprenticeship)으로 이런 연습을 시킨다. 윗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보면서 시사점 도출을 위한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팀 회의를 통해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는지 계속 토론해야 한다.
What, 즉 문제 해결에 접근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먼저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배경은 무엇이고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이며 △핵심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나 성공을 위한 기준은 무엇이며 △솔루션의 범위는 어떠해야 하며 △걸림돌은 무엇인지 등 모두 따져야 한다. 이게 문제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맥킨지의 7단계 문제 해결 방법론은?
1단계는 앞에서 설명한 문제 정의(define problem) 단계다.
2단계는 문제를 세부 이슈화해 초기 가설을 세우는 문제 구조화(structure problem) 단계다. 이때 모든 대안이 빠짐없이 검토될 수 있도록 문제를 분해하고 해체해야 한다. 예를 들어 A 통신회사가 성장 기회를 어디에서 찾아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자. 1단계에서 문제를 간단히 정의했다면 2단계에서는 문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통신 서비스 외에 콘텐츠, 유통 사업, 단말기 사업 등 세분화한 각 분야에서 어떤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모두 찾아야 한다. 이것을 로직 트리로 만들면 엄청나게 큰 트리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모두 다 그려야 한다. 이런 큰 틀을 가지고 차차 범위를 구체화시켜 나가야 한다. 검토할 수 있는 이슈들을 모두 펼쳐 놓고 나서 좋은 방안을 추려내는 것과 처음부터 일부만 고려한 뒤 결정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