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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환경이 창의성 높여줘 外

문광수 ,신광영 ,안준모,김진욱,주재우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Marketing



부족한 환경이 창의성 높여줘



Based on Mehta, R. and M. Zhu (2016), “Creating When You Have Less: The Impact of Resource Scarcity on Product Use Creativit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2 (5), 767-78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예전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놀라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리의 일상에도 창의성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짜는 한 줄의 새로운 코드나 상품 기획자가 발견하는 새로운 시장, 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즐겁게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은 모두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한발 더 나아가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돈을 쓸 때에도 창의적인 결과물을 원한다. 자신의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바꾸고, 독특한 패션 소품을 사고, 나만의 비법이 담긴 요리를 하고, 스스로 디자인한 신발을 구매하는 등 예전보다 창의적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문을 쓴 미국 일리노이대, 존스홉킨스대의 마케팅 연구자들은 서구 사회의 풍족함이 창의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자원이 풍족하면 제품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고, 반대로 자원이 부족해야만 제품이 가진 전통적인 기능에 고착(functional fixedness)되지 않기 때문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원이 부족해서 한계가 주어지면 제품의 주어진 기능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품 사용에 있어서 창의성이 증대된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에서는 95명의 실험 참가자가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동일하게 주어진 Krinkles (LEGO와 비슷하게 생긴 조립 장난감)를 가지고 얼마나 창의적인 장난감을 만드는지 검증했다. 첫 번째 그룹은 곧바로 장난감을 주었고, 두 번째 그룹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게 한 뒤 장난감을 주었고, 세 번째 그룹은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이야기를 쓴 뒤 장난감을 주었다. 그 후 15명을 추가로 모집해 앞서 사람들이 만든 장난감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새롭고, 독창적인지를 7점 척도로 측정해 평균을 내게 했다. 그 결과, 부족한 성장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쓴 뒤 만든 장난감은(3.72), 풍족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쓴 뒤 만든 장난감이나(3.04), 아무 이야기도 쓰지 않고 만든 장난감에 비해서(3.17)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창의성 점수를 얻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60명의 실험 참가자를 2개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풍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쓰라고 하고, 다른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부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이후 대학교가 처한 실제 문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결하는지 과제를 주었다. 문제는 이랬다. 최근 포장이사 회사가 실험실의 컴퓨터를 옮기면서 250개의 뽁뽁이 포장지(bubble wrap sheets)를 버리고 갔는데, 이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5개의 뽁뽁이 포장지를 샘플로 실험실에 비치했으며, 실제로 얼마나 뽁뽁이 포장지의 전통적인 기능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지 5가지 추가 질문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더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20명을 추가로 모집해 제안된 아이디어가 얼마나 새로운지 측정하게 했다. 그 결과, 부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쓴 뒤 제안한 아이디어의 평균 점수는(3.52) 풍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쓴 뒤 제안한 아이디어의 평균 점수에 비해서(2.98)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풍족하게 자란 이야기를 쓴 참가자들이 뽁뽁이 포장지의 기본적인 기능(충격 흡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높았음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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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왜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까?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일반적으로 저항이 가장 적은 방법(POLR·Path Of the Least Resistance)을 떠올린다. 이렇게 해야만 머릿속의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고픔을 해결할 때에는 근처 피자집에 전화해서 빠른 시간 내에 피자를 배달받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자원 부족으로 제약 조건이 생겨나면 머릿속의 에너지를 사용해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피자를 살 돈이 없거나 주변 식당에서 배달이 너무 늦어지는 경우 냉장고를 열고 남은 음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요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즉, 부족함에 맞닥뜨려지면 자원을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유도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오래된 제품을 창의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의 제약을 받으면 더욱더 창의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자원의 풍족이란 창의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물질 만능시대인 오늘날에는 자원의 부족, 한계, 제약이 창의성을 촉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본 연구는 단기적으로 신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는 기획자와 마케터들이 풍족함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예를 들어 신규 상품을 찾거나 새로운 콘셉트를 검증하는 집단 인터뷰인 포커스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실행할 때에는 참가자들에게 자원이 풍족하지 않고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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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광수

    문광수 [email protected]

    -(현)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전)인사컨설팅기업 SHR
    -(전)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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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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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전)중소기업청과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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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욱[email protected]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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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재우[email protected]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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