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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웅진코웨이

품위 품질,디노베이션 철학이 경쟁력 좌우한다

이방실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이주현 인턴연구원(서강대 중문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1. 가습기 물통 청소를 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어디 쉽고 깨끗하게 물통 닦는 법 없나? 수세미를 막대기에 매달아 통 속에 집어넣고 닦아볼까? 물을 받아 세제를 풀어 넣고 통째로 흔드는 게 나으려나?”

#2. 정수기 살균제를 물탱크에 집어 넣고 물 빼기와 받기를 거듭해본 주부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최소 두 번 물을 빼낸다고는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 살균제 찌꺼기가 물탱크 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지는 않을까?”

#3. 욕실 비데 청소를 해본 적 있는 주부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변기 커버와 비데 기계 목 부위에 벌어져 있는 틈 속 이물질은 대체 어떻게 닦아야 하나? 머리카락에 먼지에 물때까지 다 끼어서 지저분하다. 물티슈를 자에 끼워 닦아볼까? 면봉으로 하나하나 이물질을 건져내볼까?”


정수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비데….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 가전 제품들이다. 사용하는 데 익숙하긴 하지만 언제나 편리하지만은 않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이런저런 불만을 갖게 마련. 하지만 이런 불만들을 제품 생산 업체에 꼬치꼬치 따지고 들기보다는 그냥 넘겨버릴 때가 많다. 제품을 사용하다 문득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며 문제 의식을 갖다가도그냥 원래 그런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사소한 불만은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웅진코웨이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98년 업계 최초로 정수기 렌털 마케팅을 도입한 웅진코웨이는 고객 가정을 직접 방문해 점검 및 필터 교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코디제도를 운영해 여성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13500여 명의 코디를 포함하면 전체 직원 중 90%가 여성(정직원 기준으로는 50%가 여성)이며 웅진코웨이 전체 고객 중 57%가 여자다. 통계상 여성 고객 비율은 과반수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지만 가족 단위 사용고객 대부분이 남편 명의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고객의 약 80% 정도가 여성으로 추산된다.

DBR은 여성 고객들의 표면에 드러난 욕구뿐만 아니라 잠재적 욕구까지 반영해 제품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사례를 집중 분석, 여성을 통한 혁신의 잠재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천 솔루션을 모색했다.




기술적 품질 넘어품위 품질추구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1’에 참가했다. 이 회사는 국내 50여 개 참가 업체 중 삼성전자, LG전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전시공간(137)을 확보하고 가습 청정기, 자가살균 정수기, 도기살균 비데 등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물론 초소형 냉온 정수기처럼 곧 출시 예정인 제품들로 전시장을 꾸몄다. 가습기 물통 청소 시 불편함, 정수기 살균제 안전성에 대한 우려, 비데 청소 시 번거로움 등 서두(#1, #2, #3)에 언급된 고객들의 사소한 불만을 놓치지 않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대부분이다.

우선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역할을 동시에 하는 융합(convergence) 가전 제품인스탠더드 가습청정기는 진동자(振動子)로 물방울을 생성하는 게 아니라 가습필터를 활용해 자연 바람을 일으키는 제품으로 가습기 물통 입구를 넓게 만들고 통 모양도 최대한 넓혀 물통 청소 시 사용자 편의를 높였다. 지난 6월 출시된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는 태블릿 형태의 살균제 등 별도의 첨가물을 물탱크에 투입하지 않고 전기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분해 살균수를 생성, 물탱크와 유로(流路) 내부를 5일마다 자동으로 살균하는 똑똑한 제품. 번거로운 살균 과정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지난 8월 출시된실속형 도기살균 비데는 일반 비데와 달리 변기 커버와 비데 목 부위가 이음새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변기 커버와 비데 목 부위에 벌어진 이음새에 끼어 있는 각종 이물질 때문에 미간을 찌푸릴 일을 원천적으로 없앤 게 특징이다.

웅진코웨이가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품질에 대한 철학과 관련이 있다. 웅진코웨이 직원들에게 품질은 그냥 품질이 아니라품위 품질이란 말로 요약된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섬세하고 까다로운 여성 고객들이 주 타깃이다 보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제품을 기획한다이제는 기능뿐 아니라 소비자 감성까지 염두에 둔품위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품위라는 단어를 품질이라는 단어에 붙이는 이유는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게 될 여러 가지 품질 관련 경험들을 의인화해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객의 말을 듣지 말고 행동을 관찰하라. 그들이 하지 않는 행동까지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첫 출발은 고객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지만 그 끝은 관찰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통찰을 이끌어 내는가이다. 고객들의 행동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곧이곧대로 해석해 제품 기획에 반영하다 보면 여전히 고객들의 무의식을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소비자 행동에 대한 유의미한 통찰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실제 하는 행동(what they actually do)은 물론 하지 않는 행동(what they don’t do)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물통 구조 혁신한 스탠더드 가습 청정기

: 웅진코웨이가 작년 10월 출시한스탠더드 가습청정기(모델명 APM-1010DH, 프로젝트 명미라클’)를 예로 들어 보자. 지난 8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기준 월 평균 판매량은 9316. 한여름철 최대 비수기에도 월 2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스탠더드 가습청정기 출시 이전자연가습 공기청정기(2008 2월 출시, 모델명 AP-0807DH, 프로젝트명테프넛’)’의 역대 최고 판매량이 월 9000대였다. 스탠더드 가습청정기는 비수기와 성수기를 합친 월 평균 판매량이 이를 뛰어넘었을 정도다. 가습과 공기청정기 기능을 동시에 하는 융합 제품이라는 점은 동일한데 매출액 측면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원인은 바로 각각의 기기 내부에 들어가는 가습기 물통 디자인의 차이에 있다.

테프넛에 들어가는 물통 디자인은 입구가 수도꼭지가 겨우 들어갈 정도(지름 약 3)로 매우 작다. 물통 구조는 불투명한 재질에 가늘고 긴 직육면체 형태다. 물통 입구의 위치도 긴 직육면체에서 가장 긴 면적 부위의 윗부분에 돌출돼 있다. 하지만 미라클의 물통 입구는 어른 주먹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지름 약 8)로 매우 넓다. 물통 형태도 테프넛보다 훨씬 넓적하고 뚱뚱하다. 물통 입구의 위치는 직육면체에서 가장 작은 면적 부위에 뚫려 있다.

 

물통 디자인이 이렇게 바뀐 데에는 UX-LAB 2010 1월 미라클 프로젝트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한 덕택이다. 사용자 조사를 통해 주부들이 가습기 물통을 청소하는 방식에 대해 파악해 보니 가지각색의 결과가 나왔다. 수세미를 긴 막대기 끝에 묶어 놓고 통속에 집어넣어 닦는 사람, 물을 3분의1쯤 채운 후 세제를 풀고 물통을 닫은 다음 마구 흔드는 사람, 물통에 물을 가득 담은 후 락스를 풀어 놓고 10∼20분 정도 기다리는 사람 등 제각각이었다. 가습기 물통을 깨끗하게 닦고는 싶은데 입구가 너무 좁고 물통은 너무 길어서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하는 것이었다


UX-LAB 연구원들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 청정기를 사용하는 주부들에게는 마치 그릇 설거지를 하듯이 직접 손으로 수세미를 가지고 물통 구석구석을 문질러가며 깨끗하게 세척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통찰을 이끌어냈다. 김현정 UX-LAB 책임연구원은소비자들의 행동을 열심히 관찰한 후 그들이 바라는 건물통을 깨끗하고 닦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소비자 행동을 표면적으로만 분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소비자들이 물통을 단지 깨끗하게만 닦고 싶어 한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런 주부들은 많지 않았다소비자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않았던이유는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거부 반응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X-LAB은 이런 통찰을 기반으로물통 입구는 최소한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크게 바꾸고 물통 재질은 고인 물로 인해 물때가 생길 경우 오염 부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 재질로 변경해 달라고 개발팀에 주문했다. 이 밖에 UX-LAB은 다른 측면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힘썼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통 모양과 물통 입구가 달리는 위치 및 형태에 변화를 준 것이다. 테프넛의 경우 2ℓ용량의 가늘고 긴 물통을 눕혀놓고 돌출돼 있는 물통 입구를 수도꼭지에 꽂아놓다시피 한 후 물을 받아야 하는 불편한 구조였다. 하지만 미라클은 3ℓ로 물통 용량을 늘린 것은 물론 물통을 세워서 편하게 물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기기 본체에서 물통 탈·부착이 이뤄지는 부위도 후면에서 측면으로 바꿨고 탈·부착 시 잠금 장치도 원터치 방식으로 편리하게 변경했다. 이처럼 사용자 편의성이 한층 개선된 미라클은 출시 후 석 달 만에 무려 46100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 행동을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한자형 초소형 정수기

: 올해 12월 출시 예정인 웅진코웨이의 초소형 냉온정수기(모델명 ‘CHP-230N’, 프로젝트명니모’)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제품 디자인에 직관적으로 녹여 낸 제품이다. 특이한 디자인 덕택에 이번 IFA 전시회에서도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대부분 정수기의 모양은 네모난 육면체 사각형 박스 형태다. 물받이 부분도 대개 컵 한 두 개 정도를 세워놓는 데 알맞은 공간만 마련돼 있다. 물이 나오는 꼭지도 제품 안쪽에 수직으로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사각형 박스 형태가 아닌자 모양의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물이 나오는 꼭지도 전체자 구조에서 사선으로 빠져 나오게 만들었고 레버 방식이 아닌 터치 방식을 적용했다.

자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은 대부분 정수기를 벽 한쪽 모퉁이에 몰아놓고 쓰고 있는 소비자 행태를 그대로 반영한 직관적 디자인이다. 디자인 그 자체로이 제품은 코너에 밀어 넣고 쓰세요라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한 셈이다. 정수기 사용 시 컵 외에 냄비, 대접, 주전자 등 다양한 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행태 또한 디자인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 ‘자 형태로 정수기를 만들어 물 받는 부분이 움푹 들어가게 하고 물받이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물컵 외에 어떠한 용기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했다.


웅진코웨이가 정의하는 품위 품질은 크게사용 품질감성 품질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 고장이 나지 않고 물이 잘 나오도록 정수기를 만드는 건 절대 품질,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술적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반면 추출구(정수기에서 물이 나오는 부위)를 레버가 아닌 원터치 버튼으로 바꿔준다거나 버튼을 만들 때 눌러야 할 부분을 찾기 쉽게 표시해주는 작업은 사용 품질을 높이는 일에 해당한다. 버튼을 눌렀을 때 촉감도 좋고 은은한 불빛까지 퍼지도록 제작하는 일은 감성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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