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윤정미 씨는 수집과 분류를 사회적 의미로 연결시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왔다. 그는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와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사진과 비디오를 공부했다. 한국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펜-문방구>와 <컬러펜-화방>에서 꽉 막힌 진열대 안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펜을 통해 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기계의 부속품이나 재료로 느껴질 수 있는 개인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미 시스템화, 제도화되어 있는 것들, 고정관념화 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시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적절하게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법론이나 제도,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의 문제의식과 연관 지어 작품을 감상해볼 수 있다.
윤정미 <펜-문방구> C-Print, 가변크기, 2001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마치 깜깜한 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응시하며 라이트도 없이 시골길을 잘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소비자 취향이 다원화되면서 정확한 수요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고 틀리더라도 예측 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 없다면 계획과 대비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틀리기 쉬운 수요 예측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가변적 미래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요 관리가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DBR은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효과적인 수요 관리 체계와 수요 예측 방법 등을 종합했습니다. 극도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최근의 경영 환경 속에서 효과적인 수요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정보기술 거품이 붕괴되자 2000년 약 543억 달러에 달하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는 불과 1년 만에 269억 달러 규모로 반토막이 났다. 예기치 못한 수요의 급감으로 NEC나 후지쓰와 같은 일본 업체들은 결국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2008년 몰아닥친 경기 침체로 건설 수요가 급감하자 아르셀로미탈이나 신일본제철 같은 주요 철강 업체들은 건설용 강재 제품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10∼20% 가량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기 LCD 패널 출하량이 급감함에 따라 일부 용해로의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의 LCD 기판 유리 제조업체들은 1분기 만에 갑작스럽게 수요가 회복되자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결국 상당 기간 기판 유리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사업의 존폐나 성과를 좌우할 만큼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온갖 불확실성 요소가 난무하는 사업 환경에서 미래 수요를 항상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특히 과점적 시장 구조 아래 한정된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B2B 기업의 경우 그 어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B2B 제품의 평균적인 수요 예측 오차율(MAPE·Mean Absolute Percentage Error)이 30%에 이른다는 한 연구 결과는 이를 입증한다.
B2B 제품의 수요 예측이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1>은 1970∼2002년의 분기별 데이터에 기초해 미국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의 제품 수요(정확하게는 판매량)를 분석한 수요 방정식(demand equation)이다. 이 공식은 B2B 제품의 수요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두 가지 근본적 이유를 명료하게 제시해준다. 첫째, B2B 제품의 수요는 최종 소비자나 전방 산업에 의존한다. 거시 경제의 변화 양상이나 완성품 소비재의 판매량 등을 온전히 꿰뚫고 있어야 제품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둘째, B2B 제품의 수요는 해당 기업이나 경쟁사의 마케팅 활동 양태에 따라 가변적이다. 차별적인 제품 속성이나 상대적 가격 수준, 영업 활동의 강도에 따라 수요가 증가 혹은 감소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가 제한적인 과점적 구조 하에서 한 공급자가 마케팅 전술에 변화를 주면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B2B 제품의 수요가 이토록 가변적이고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다양하다 보니 수요 예측의 오차율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부 기업들은 예측의 무망함을 역설하기도 하고 나아가 아예 합리적 예측을 포기한 채 단기 운영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나 날씨를 정확히 예견할 수 없다고 해서 예측 활동을 포기하지 않듯, 미래 수요에 대한 예측 또한 방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다면 계획과 대비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믿을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수요 예측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가변적 미래 수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하고도 체계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바로 시장지향적이고 전사적인 수요 관리 체계다.
수요 관리란 수요의 규모와 변동성을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기초해 기업의 경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주도적 대응 방안을 전략적이고 전사적인 관점에서 수립해 실행하려는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이의 구현을 위해서는 <그림2>와 같은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1.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마켓 인텔리전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미래와 관련된 정보로부터 도출된다. 따라서 수요의 규모와 변동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 수요와 관련한 정보를 폭넓게 확보하고 심층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의 마켓 인텔리전스 기능은 매우 취약하거나 제한적이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의 보고서를 취합해 분석하거나 거래 고객의 일반적 동향 및 구매 계획을 파악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마켓 인텔리전스 관련 부서로부터 나오는 산출물들은 대부분 피상적이거나 단편적이어서 전략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입체적인 통찰이나 견고한 계량적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성공적인 수요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와 관련한 정보의 양과 질을 전면적으로 확충하고 이를 필요에 맞게 가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최종 소비자로부터 시작해 해당 기업의 제품에 이르는 가치 사슬의 전 과정을 분석해 제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상세히 규명하고 파악해야 한다. 특히 가치사슬 상에서 최종 소비자로부터 멀어질수록 수요와 재고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를 감안할 때 전방 산업의 양태에 대한 세밀한 조사와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별로 입체적인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정성적인 동향 정보 파악도 중요하지만 제품 수요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수치화된 정량적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시계열적 트렌드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시장 지표나 산업 지표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요구되는 정보의 종류와 성격이 정립되면 이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출처를 정의해야 한다. 정보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 정보의 출처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출처는 해당 정보의 특성에 따라 미디어, 시장 조사 기관, 산업 관련 전문 기관, 관련된 전후방 거래 업체, 영업 인력 등을 포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켓 인텔리전스와 관련한 실질적인 고민은 수요 예측에 필요한 고급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거래 고객의 생산 용량, 재고 수준, 구매 계획 등과 같은 핵심 정보는 쉽게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100% 믿을 수 있는 숫자를 구할 수 없다고 정보 확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70∼80% 수준의 정확도만 일관되게 확보할 수 있어도 수요 파악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보는 일단의 가설을 수립하고 관련된 다양한 정보의 퍼즐 맞추기를 통해 이를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