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빠르게 퍼지는 콘텐츠. 그 속엔 ‘감동’이 있다무엇을, 왜 연구했나?온라인 비디오 분석 기관인 언룰리미디어(Unruly Media)는 매년 그해에 가장 많이 구전된 (공유된) 온라인 비디오 순위를 발표한다. 최근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감성을 자극한 콘텐츠들을 널리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강력한 구전 효과를 가지는 SNS 콘텐츠들은 대부분 인간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콘텐츠들이다. 예를 들어 2013년
도에 수백만 명 이상의 인터넷 유저들이 공유 버튼을 눌러 큰 바이럴 효과를 불러온 생수회사 에비앙(Evian)이 만든 ‘아기와 나(Baby & Me)’, 펩시의 ‘시험 운전(Test Drive)’ 같은 콘텐츠들은 철저히 보는 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들이다. 2013년 자그마치 400만
명 이상의 인터넷 유저들이 공유 버튼을 누른 도브(Dove)에서 만든 ‘진정한 미에 대한 자화상(Real Beauty Sketches)’은 반대로 울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다. 여성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형태의 비디오 영상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웃기거나 울리는,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SNS 콘텐츠가 최근 들어 인터넷 세상에서 폭발적인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특별히 공유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일까? 와튼비즈니스스쿨의 조나 버거(Jonah Berger) 교수는 에 발표한 논문에서 ‘생리적 각성’을 일으키는 감정이 공유 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조나 버거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굉장히 즐겁거나 슬픈, 감정을 자극하고 각성을 유발하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B그룹은 그렇지 않은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이후 두 그룹 모두 동영상과 관련 없는 중립적인 기사를 읽도록 한 후 이 기사를 친구나 가족, 혹은 동료와 얼마나 공유하고 싶어지는지를 물어봤다.
실험 결과 각성 상태에 있는 그룹에게서 이후에 읽은 중립적인 기사를 타인들과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점이 발견됐다. 각성 상태가 인터넷 세상에서의 공유 욕구를 활성화시켜주는 셈이다. ‘생리적 각성(Psysiological Arousal)’은 의학적으로는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웃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된다. 한바탕 크게 웃고 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승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슬픈 영화를 보고 울어본 경험을 떠올려 봐도 좋다. 영화 속 주인공이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흔히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자신이 마치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몰입도가 높아지면 우리 속에서 감정이 극한 상황에까지 가게 되면 그러한 감정의 결과로 우리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일반적으로 각성 상태를 높게 만들어주는 감정들이 바로 ‘웃게 만드는 감정’과 ‘울게 만드는 감정’이다. 앞서 언급한 많은 성공적인 온라인 광고들의 경우 대부분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서 보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도록 한다. ‘웃음’이라는 즐거운 감정적인 상태가 생리적인 각성을 활성화시켜주는 대표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본 후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콘텐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경향을 보인다. 감동을 주는 콘텐츠가 큰 구전효과를 가지는 이유도 동일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감동시키는, 심지어 울리는 콘텐츠를 봤을 때 해당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한다.
‘감정은 행동을 유발한다’는 유명한 명제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생리적 각성을 유발한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 그러한 공유 욕구의 이면에는 인간의 ‘소속 욕구(Need to Belong)’가 자리잡고 있다. 소속 욕구는 나와 타인 간의 사회적 관계(Social Connection)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만든다. 따라서 사람은 특정 감정 상태에 이르면 이 특별한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공고하게 만들려 한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특별한 감정을 작게는 내 친구들과, 크게는 만나본 적은 없지만 SNS상으로 연결돼 있는 수많은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유도한 콘텐츠에 대해 친구들과 타인들이 눌러주는 ‘좋아요(Like)’ 숫자가 바로 나와 타인들의 관계를 재확인시켜주는, 나를 안심시켜주는 하나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아도 서로를 같은 감정으로 이끌어주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서로 연결돼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소속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소속감을 재확인하고자 공유에 나서도록 이끄는 특별한 감정들이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본인이 만든 SNS 콘텐츠를 널리 퍼트리고 싶다면 이런 감정을 건드리는 SNS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mail protected]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 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Nielsen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Based on “Arousal Increases Social Transmission of Information”, by Jonah Berger in Psychological Science(2011), 22(7), pp. 891-893.